덩씨 사진과 연락처 사진 같은 소니카메라로 촬영
파일정보 날짜 같고 시간만 2시간여 차이

중국 상하이 주재 외교관들과 불륜 파문을 일으킨 중국 여성 덩○○(33)씨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에게서 정부ㆍ여권 실세들의 연락처를 직접 빼낸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덩씨가 기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 외교관들에게 접근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베일에 싸인 덩씨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정보가 흘러들어간 최종 기착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외교 문제 등으로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가 기밀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사진 파일에는 덩씨가 작년 6월1일 오후 6시56~57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함께 찍은 사진파일 2개가 있다.

그날은 김씨가 이탈리아 국경절 행사 참석차 호텔에 들렀다고 시인한 때다.

문제는 이 사진이 들어 있는 '한나라당 연락처 - 사진'이라는 이름의 폴더 안에 정부ㆍ여당 고위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 크기의 자료를 찍은 사진파일 8개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이미 언론에 공개돼 파장을 일으킨 이 사진들에 내장된 파일정보를 분석한 결과 'MB 선대위 비상연락망'과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의 사진은 모두 같은 날 오후 9시19분부터 21분까지 2분 사이에 일제히 촬영됐다.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도 소니 DSC-TX1 기종으로 같았다.

이 카메라는 가벼운데다 두께가 1.65㎝에 불과해 여성들이 특히 선호하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 누군가 의도적으로 컴퓨터 파일상의 사진촬영 날짜 등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덩씨가 김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이들 자료를 건네받아 직접 촬영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씨가 자료를 직접 건네지 않았다면 덩씨가 김씨와 신체 접촉을 할 때 고도의 수법으로 김씨의 소지품을 빼내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

또는 김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덩씨가 김씨의 소지품에 손을 대 사진을 몰래 촬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어떤 쪽이든 덩씨가 의도적으로 김씨에게서 자료를 빼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김씨가 덩씨를 자신의 관저로 데리고 가 자료를 보여주며 사진을 찍게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진파일을 보면 연락처 자료가 검정색과 빨간색이 섞인 얼룩무늬 탁자에 놓여있다.

김씨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사진 배경이 된) 내 책상이 이렇게 생겼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관저에 침입해 자료 사진을 찍은 뒤 고의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정황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김씨의 주장을 뒤집어보면 그가 덩씨를 관저에까지 끌어들여 일부러 자료를 보여줬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된다.

만약 그와 덩씨가 함께 관저를 드나드는 사이라면 상하이 총영사관의 최고 책임자로써 외교 문서나 국내외 각종 동향 정보가 담긴 자료를 보관했을 김씨가 다른 기밀자료를 유출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씨는 이번 파문이 불거지자 국가정보원 출신의 부총영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신을 음해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며 자료 유출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그의 이런 주장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김씨가 사실상 기밀 유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정황 증거가 나온 만큼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교상기밀누설 혐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번 파문은 외교관들의 스캔들 차원을 넘어 한중간 기밀유출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전성훈 나확진 기자 abullapia@yna.co.krcielo78@yna.co.kr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