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국가위원회 "72시간내 퇴진하면 사면" 통첩
리비아 정부 "협상제의 없었다"..반군측 美.EU와 회동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신변 안전보장 등 조건부 퇴진에 대한 협상을 반군에 제의했다고 반군 지도부 '국가위원회'를 대표하는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이 8일 밝혔다.

잘릴 전 장관은 이날 교도통신 등 여러 외신과 인터뷰에서 정부 측 협상 제의 사실을 전했으나 카다피측의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카다피가 먼저 퇴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다피는 의회에 권력을 이양하는 대가로 자산동결 해제와 유혈진압에 대한 면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국가위원회 측의 한 인사는 잘릴의 친척인 자달라 아주즈 탈리 전 총리가 카다피의 협상 대표 자격으로 반군에 이같이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잘릴은 정부 측 협상 제의를 거부했지만 카다피가 72시간 안에 사임하면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일련의 협상 제의 보도에 대해 무사 이브라힘 정부 대변인은 강력히 부인했다고 알아라비야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리비아 정부가 카다피의 명예로운 퇴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댜른 한편으로는 카다피가 반정부 세력을 무력화할 시간을 벌기 위해 지연전술을 쓰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협상 제의설과 관련 미국은 카다피 사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PJ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퇴진하더라도 카다피와 그 일가의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 국무부는 또 진 크레츠 주리비아 대사 등이 반군 인사들과 카이로에서 접촉했다고 이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지난 며칠간 크레츠 대사가 로마와 카이로에서 이탈리아와 이집트 관료, 리비아 반군 인사들과 회동했다"고 말했다.

반군을 이끄는 세력의 구성과 관련 크롤리는 "조만간 리비아에서 공식적인 반정부 정치세력이 부상할 것"이라며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잘릴 전 장관도 이날 알아라비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급 직위와 간접적 접촉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반군 국가위원회의 의사 결정기구인 비상위원회(crisis committee)의 마흐무드 제브릴 대표와 알레 에사위 국가위원회 외교장관은 이날 유럽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와 회동했다.

이번 방문은 반군 측 요청에 따라 유럽의회 자유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제브릴은 자유당 의원들과 만나 국가위원회를 리비아 국민을 대표하는 유일한 정부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EU 관계자는 "애슈턴 고위대표는 만남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회동이 국가위원회에 대한 공식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알랭 쥐페 외교장관과 제브릴 일행의 회동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정부가 유혈사태 실상 확인을 위한 유엔실사단 파견을 요청했다고 EU가 이날 밝혔다.

리비아 외교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EU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실사단의 경비와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리비아 정부가 유엔에 직접 공식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U는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EU 회원국 대사관 8곳도 독립적 실사단을 요청했다면서도 결정은 EU 본부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EU의 입장은 카다피 정권이 질서 있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마이클 만 EU 대변인은 강조했다.

EU 대표단의 한 인사는 "독립적인 조사가 중요하다"며 "반인륜 범죄가 있었지만 누가 주도했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다"고 토로했다.

EU는 오는 10일 부다페스트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