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와 밀양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엊그제 "신공항은 이달 내로 발표될 정부의 타당성 조사결과의 결론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하면서 "타당성이 없다면 양쪽 다 못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신공항 건설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여권 내에서도 동조 의견이 늘고 있다고 한다.

수긍이 간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성이 있느냐 여부다. 타당성이 인정되면 경제적 효과가 앞서는 곳에다 건설하면 되고, 양쪽 다 경제성이 없다면 계획 자체를 철회하는 게 옳다. 2009년 실시된 타당성 조사에서 양쪽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점을 상기하면 이번에도 같은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신공항이 부산과 대구 · 경북의 지역 갈등만 고조시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이들 지역은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와 국회의원들까지 양편으로 찢어져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만 깊게 파이는 심각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감정이 만연한 나라에서 영남권마저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의 입지적 우열을 따지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가덕도는 바다를 메워야 하고 밀양은 산을 깎아야 한다. 공사 기간은 가덕도 쪽이 짧지만 총 규모나 공사비, 여객 및 화물 처리 능력 등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이달 말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 쪽을 손들어 주는 결론이 나오든, 양쪽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든 그 결과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만일 양쪽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김해공항 증설 등 제3의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강조해 둘 것은 부산과 대구 · 경북이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더이상의 불필요한 갈등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