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악재와 유가 상승, 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만 쏠리면서 중동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지수의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팔짱을 낀 채 '언제 유가가 떨어지나, 리비아 사태 언제 끝나나'만 지켜보고 있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바닥 수준이다.

그러나 공포심에 극에 달한 순간이 바닥의 신호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장 두려운 지금이 저점을 확인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날 거래량이 2009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점은 시장의 에너지가 그만큼 부족하고 관망세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역설적으로 보면 이런 시기가 오히려 코스피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실제 기술적 지표를 보면 바닥에 근접해 가는 신호가 관찰된다"며 "코스피는 20일 이격도 기준 과매도 국면이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MSCI KOREA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이 약 9.5배로 계속 하락하고 있어 지표상으로는 반등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상승 추세가 훼손되려면 펀더멘털의 직접적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유가 외에는 그런 요소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선행지수가 상승반전하면서 하단 방어막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점도 긍정적이다.

경기상황을 예고해주는 1월 경기선행지수가 13개월만에 상승국면으로 전환됐다. '중동과 유가'라는 가림막에 가려졌던 호재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돌리려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3일 코스피지수는 사흘만에 반등하며 1950선 위로 올라서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중동발 정정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이슈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유가로 인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반전 모멘텀이 될 만한 이벤트가 다수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반전은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양회와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 등도 지수 하단을 방어할 요소"라고 제시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증시가 고점대비 10% 이상 조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진단했다. 상승추세를 뒷받침할 호재가 변동성 확대 악재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미국의 유동성 확대 입장 유지 △미국과 선진국 펀더멘털 굳건 △중국의 연착륙 가능성 △한국의 대내외 경쟁력 강화 여건 유지 등을 꼽았다.

또 △중국 경제 9% 중반대 성장 전망이 유지되는 이머징마켓의 경기급랭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이머징 아시아의 긴축 사이클은 여전히 정상화로 가는 과정으로 기업과 가계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알려진 유럽재정위기 재부상은 단기적 변동성 확대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깜깜해서 주변이 안 보일 때는 막연히 공포심만 커진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암흑을 거치고 나면 동이 튼다. 공포심을 극복하고 눈을 들어 어슴푸레 동트는 쪽을 바라볼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