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대공황 시대 연구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가 “달러화의 전 세계 기축통화 지위가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위안화 및 유로화의 도전과 금융기술의 발달,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켄그린의 주장에 따르면 달러화의 지위가 약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위안화와 유로화의 도전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은 유로화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로화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로존이 재정 위기 여파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일부 전망처럼 유로체제를 탈퇴하는 국가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유럽이 앞으로 재정적자 감축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유로존 전체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유럽채권(e-채권)’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 방안이 성사되면 미국 국채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유럽 채권시장의 통합을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G2’로 급부상한 중국도 빠른 속도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7만여개의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를 국제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수십개 외국 기업이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의 이른바 ‘딤섬’ 채권을 발행했고, 지난달엔 중국은행이 뉴욕에서 미 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는 위안화 계좌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중국이 상하이를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국제금융센터로 만들려 하고 있다” 면서 “서방이 중국을 과소 평가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적자 때문에 달러화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줄어든 데다 기술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환율을 조회하고 환 변동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 점도 달러화 지위를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