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한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의 유통업에서 미얀마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투자로 동남아에서 중국과 서방 수준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1992년 수교 후 꾸준히 생산 기반을 늘려온 베트남에 23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대만과 맞먹는 투자 대국이 됐다. 삼성과 LG와 같은 대형 전자업체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곳에서 사업하는 중소업체도 2500여개에 이른다.

FT는 또 낮은 인건비를 쫓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온 한국 업체들은 이제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포스코가 6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고, 한국타이어도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테스코와 까르푸의 경쟁 유통업체인 롯데는 201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현행 5%에서 30%로 늘리기 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캄보디아도 한국 기업의 주요 투자처가 되고 있다. 시엠레압에 건설 예정인 ‘앙코르 신국제공항’에 한국 기업이 5억달러를 투자하고 한국의 인터씨티그룹은 시엠레압에 4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종합 리조트를 개발한다. 캄보디아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억달러 규모로 중국(7억달러)을 넘어섰다.

탁렛 삼락 캄보디아 내각회의 비서는 “한국인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한국보다 조금 느리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도 한국 기업은 프랑스, 중국 업체와 경쟁하며 14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FT는 한국 신발제조업체 ‘창신’이 미국 경쟁 기업이 인도네시아로 생산공장을 옮긴 지 불과 몇달 만에 그곳에 경쟁공장을 세운 예를 들며 기업주의 결정이 바로 시행되는 빠른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동남아 진출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또 한국전쟁 후 폐허에서 경제 번영을 이뤄낸 한국 기업의 경험이 동남아 국가의 경제개발 수요와 맞아떨어지는 점도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