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기간 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태풍으로 작용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고점인 2080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1년 만에 890선까지 폭락했다. 이 때문에 2007년 뒤늦게 펀드시장에 뛰어든 개인들이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2007년 주가 상승과 더불어 적립식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주가 급락으로 지속적 불입을 중단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최악의 조건에서도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진행했다면 지금 놀라운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고점이던 2007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코스피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했다고 하면 32.3%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거치식으로 투자를 했다면 수익률은 원금 회복 수준인 0.2%에 불과하다.

적립식 펀드의 마력은 적립금액의 '평균매입단가 하락(cost averaging)' 효과 덕분이다. 즉 똑같은 금액을 투자하고서도 주가 급락시 매입수량을 더 늘려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 설정하고 적립식 투자 시작

적립식 펀드를 흔히들 저축으로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으로 저축과 투자는 개념자체가 다르다. 저축은 예금의 개념으로 말 그대로 내 돈을 맡기고 축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 위험이 없기 때문에 기대수익률도 낮다.

그러나 투자는 말 그대로 돈을 던지는 것,즉 돈이 내게서 떠나는 것이다.

그만큼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는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하락기에 대부분의 이익을 반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는 스스로 만기를 정하고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적립식 신규 투자자라면 최근 증시의 변동성을 볼 때 3년의 기간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기간에 도달하지 못한 기간이라도 투자 기간이 1년을 넘었다면 시장의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일부 금액이라도 환매를 한 뒤 시장에 대처하는 전략을 가져갈 것을 권하고 싶다.

만기까지 보유하고 환매한 투자자도 시장의 여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만기 이후의 전략을 무작정 재투자 또는 무조건 은행 예치 등으로 정할 게 아니라 현재의 거시적 시장환경,금리수준,증시 펀더멘털 등을 고려해 대처해야 한다.

◆대세 하락기엔 환매도 검토해야

적립식 펀드 투자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장기간 적립식 불입을 하면 평균매입단가 하락의 효과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는 2005년 1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2년10개월간 120% 상승했다. 적립식 펀드도 57.8%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거치식이 단기간 87.2% 하락하는 동안 적립식 펀드는 오히려 139% 하락해 이익금은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원금은 손실됐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에 꾸준히 불입을 한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돌입할 경우 환매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보통 펀드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시장의 위험을 회피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립식 투자를 위해 펀드를 선택할 때에도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라고 하더라도 펀드를 잘선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운용사의 투자철학 및 투자원칙,장기수익률,펀드매니저 교체 여부,운용사 대표펀드 등의 기본적 점검사항을 꼼꼼히 체크한 후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한다.



◆PER로 기대수익률 비교

끝을 맺기 전에 일반 투자자 여러분들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을 현재 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개념으로 이해하고,PER이 5배면 주가가 싼 수준이고 PER이 20배 또는 30배면 주가가 비싼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PER에 대한 근본적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80만원이고 주당순이익이 8만원이라면 PER이 10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같은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이자율이 4%이면 PER이 몇 배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아는 투자자가 별로 없다. 이는 PER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가 4%라고 하는 것은 은행에 1만원을 예금하면 1년 후에 4000원의 이익을 받는 개념이다. 즉 1만원에 주식을 사서 4000원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니 PER은 25배가 되는 셈이다. 결국 PER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적용하면 PER의 역수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되는 것이고,기대수익률의 역수는 PER이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을 활용하면 펀드를 환매한 시점에서 주식의 기대수익률과 은행예금과의 기대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위험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안전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수익률을 활용하고 투자자의 위험회피 정도,자금 필요기간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적립식 펀드 만기 이후를 준비할 수 있기를 권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펀드리서치팀 연구위원 sj.bae@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