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정운찬과 MB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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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국무총리 재임기간(2009년 9월~2010년 8월)이 1년에도 못 미쳤고,그나마 세종시 문제에 파묻혀 있던 게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와 파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제기한 '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이 내는 이익에 대해 협력업체들의 기여분을 인정,일정분을 나누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학자의 논문 아이디어라면 몰라도,정부가 업무를 위임한 조직의 수장이 내놓은 정책구상으로서는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거둔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주주들로부터 어떻게 동의를 받아 얼마를 '토해내라'는 건지 개념부터가 불분명하지만 그게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위원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고,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도 "검토한 적이 없는 아젠다"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청와대에서조차 "대기업을 옥죄어서 중소기업과 상생하자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고 정부의 입장도 아니다"며 불쾌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으로서의 적정성이나 실현가능성도,추진을 위한 위원회 내부 및 정부와의 소통조차 없이 불쑥 공표부터 한 것은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마추어 수준이다.
정작 더 걱정스러운 것은 MB정부의 불분명한 경제정책 스탠스다. 이익공유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검토한 적도 없고 정부 생각과 다르다"며 펄쩍 뛰고 있다지만,MB정부의 최근 기업정책과 '오십보 백보'라는 평이 많다. 물가를 잡겠다며 공정위 국세청 등 '준(準) 사법기관'까지 동원해 대기업들의 원가공개를 압박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보류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기업들 반대를 일축한 채 4년 뒤부터 강행키로 못 박은 배경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반(反)기업적인 시각을 드러낸 고위 당국자는 정운찬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분기이익을 냈다는 발표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는 망언을 했다가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정부의 주요 정책이 '중도 · 실용'의 기치 아래 좌(左)클릭을 하도 많이 해 대북(對北) 문제를 빼고는 야당과의 노선 차이를 구분짓기 힘들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 때 맸던 넥타이 차림으로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 참석,"초심(初心)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MB의 초심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물가안정이 아무리 시급하고,성장의 그늘에 갇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장경제 원칙을 외면하면서까지 '공정 · 상생 · 동반'을 밀어붙였다간 씻기 어려운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길 게 뻔하다. 설계주의적 기업 · 물가정책은 당장 생각에는 그럴 듯해 보일지 몰라도,성장기반과 물가안정의 토대를 동시에 무너뜨릴 뿐이라고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서 너무도 많은 사례를 들며 강조하고 있다. 'MB노믹스'의 초심 지키기가 절실한 이유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학자의 논문 아이디어라면 몰라도,정부가 업무를 위임한 조직의 수장이 내놓은 정책구상으로서는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거둔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주주들로부터 어떻게 동의를 받아 얼마를 '토해내라'는 건지 개념부터가 불분명하지만 그게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위원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고,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도 "검토한 적이 없는 아젠다"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청와대에서조차 "대기업을 옥죄어서 중소기업과 상생하자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고 정부의 입장도 아니다"며 불쾌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으로서의 적정성이나 실현가능성도,추진을 위한 위원회 내부 및 정부와의 소통조차 없이 불쑥 공표부터 한 것은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마추어 수준이다.
정작 더 걱정스러운 것은 MB정부의 불분명한 경제정책 스탠스다. 이익공유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검토한 적도 없고 정부 생각과 다르다"며 펄쩍 뛰고 있다지만,MB정부의 최근 기업정책과 '오십보 백보'라는 평이 많다. 물가를 잡겠다며 공정위 국세청 등 '준(準) 사법기관'까지 동원해 대기업들의 원가공개를 압박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보류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기업들 반대를 일축한 채 4년 뒤부터 강행키로 못 박은 배경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반(反)기업적인 시각을 드러낸 고위 당국자는 정운찬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분기이익을 냈다는 발표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는 망언을 했다가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정부의 주요 정책이 '중도 · 실용'의 기치 아래 좌(左)클릭을 하도 많이 해 대북(對北) 문제를 빼고는 야당과의 노선 차이를 구분짓기 힘들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 때 맸던 넥타이 차림으로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 참석,"초심(初心)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MB의 초심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물가안정이 아무리 시급하고,성장의 그늘에 갇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장경제 원칙을 외면하면서까지 '공정 · 상생 · 동반'을 밀어붙였다간 씻기 어려운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길 게 뻔하다. 설계주의적 기업 · 물가정책은 당장 생각에는 그럴 듯해 보일지 몰라도,성장기반과 물가안정의 토대를 동시에 무너뜨릴 뿐이라고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서 너무도 많은 사례를 들며 강조하고 있다. 'MB노믹스'의 초심 지키기가 절실한 이유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