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에 본격 돌입했다. 유엔과 미국은 카다피의 해외자산 동결에 나섰다.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모두 철수시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처음으로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엔,만장일치로 제재 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카다피와 자녀 및 핵심 측근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카다피의 아들과 딸,유혈진압 과정에 개입한 군과 정보기관 고위 관리 등 16명에게 여행금지 조치를,카다피와 자녀 등 6명에 대해서는 해외자산을 동결했다.

안보리는 카다피 정권의 무차별적 진압 탓에 1000명 이상이 숨진 최근 리비아 상황을 반인도적 범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를 즉각 조사토록 요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담았다.

유엔 회원국들이 리비아에 무기,군용 차량 및 장비,치안 장비 등 군수품 일체와 그 부속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금수조치도 단행했다. 회원국들은 리비아에 무장 용병 제공 등 군사 활동이나 계획,무기 사용과 관련된 기술적 지원이나 훈련,재정 지원도 할 수 없다.

안보리가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결의를 채택한 것은 리비아가 처음이다. 안보리는 "폭력 진압을 포함한 인권 위반을 개탄하고 민간인 사망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리비아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25일 카다피와 그의 자녀 4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다피 정권 고위층의 개인금융 계좌 감시에 착수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역시 "리비아를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가세했다. 독일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리비아 제재안에 합의했다.

◆오바마,"카다피 당장 물러나라"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카다피는 적법성을 잃었으니 당장 떠나야 한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유혈사태와 폭력 없이 그는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미국이 카다피 퇴진을 직접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요구와 제재 조치는 리비아 내 미국인들이 모두 철수해 안전이 확보된 직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만나 리비아 사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터키를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카다피가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악의 경우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군사개입을 할지도 관심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와 모든 군사적 접촉을 취소하고,미국의 정보자산 초점을 리비아 군과 탱크 이동 등의 감시에 맞추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군사적 대응 여부에 대해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했다.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지중해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 중인 NATO도 군사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NATO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어떤 행동도 유엔의 위임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이 안보리 결의로 군사개입을 위임하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편 LA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별 국가의 시위 상황에 단순히 대응할 게 아니라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고려해 전반적인 접근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행정부에 새로운 중동정책 수립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