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리비아發 석유 위기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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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격화되면 석유시장 재앙
단계적 대응책·궤도수정 필요
단계적 대응책·궤도수정 필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가 극심한 내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석유수급 불안정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세계 8대 석유 산유국인 리비아의 정세불안이 이번 국제 유가 변동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동안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이후 30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원유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비아 사태 확산에 투기적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태가 걸프지역으로 전이된다면,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중동사태가 리비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예멘이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으나,경제적 측면에서 예멘의 국제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다.
1970년대 1,2차 석유 파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원유가격의 변동과 세계 경제 위기의 상관성은 매우 크다. 2000년대 원유가의 최고치는 2008년 배럴당 147달러로 기록됐는데,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오르기 직전인 2008년 7월의 가격이었다. 이번 사태에서는 원유 재고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가의 공급조절능력이 약화되면서,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단기적 배럴당 140달러,장기적으로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이를 이용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 유가는 국내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전략비축유 방출에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한국 경제는 크게 취약해진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경기는 다시 침체될 수 있다. 여기에 원유 수입대금이 추가로 늘면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원유가격이 10달러 오를 경우,원유 수입대금은 연간 85억달러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 등을 우려,외국인 주식 · 채권 투자자금이 유출된다. 단기 외채 1500억 달러의 상환 압력으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는 위기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리비아의 정치 불안이 즉각 해결되거나 3월로 이어지면서 점진적으로 약화된다면 리비아의 석유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면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내전이 확대된다면 석유 생산 시설의 파손은 불가피하다. 송유관 파괴와 지중해 · 유럽으로 가는 원유 수송 루트 차단으로 이어지면서 석유 시장은 상당기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고유가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유가 폭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원유 확보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성장세를 타지 못하고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 투기 자본이 유가 급등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동안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심리적 경계는 커져왔다. 필수 투입재인 원유 재고를 확충하려는 가수요가 인플레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튀니지 및 이집트 시위와는 달리 리비아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심리적 위기를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2009년 혁명 40주년에 리비아 대통령 궁에서 필자가 만난 카다피의 표정은 단호했고 나이를 뛰어넘는 전투적인 모습이었다. 리비아 사태는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른 여건에서 촉발됐다. 새로운 형태로 진행될 공산이 적지 않다. 석유 건설 외교 등 우리의 이해가 민감한 분야에 대한 단계적 대응책 마련과 상황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김중관 < 동국대 교수·국제통상학 >
한동안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이후 30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원유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비아 사태 확산에 투기적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태가 걸프지역으로 전이된다면,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중동사태가 리비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예멘이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으나,경제적 측면에서 예멘의 국제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다.
1970년대 1,2차 석유 파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원유가격의 변동과 세계 경제 위기의 상관성은 매우 크다. 2000년대 원유가의 최고치는 2008년 배럴당 147달러로 기록됐는데,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오르기 직전인 2008년 7월의 가격이었다. 이번 사태에서는 원유 재고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가의 공급조절능력이 약화되면서,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단기적 배럴당 140달러,장기적으로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이를 이용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 유가는 국내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전략비축유 방출에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한국 경제는 크게 취약해진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경기는 다시 침체될 수 있다. 여기에 원유 수입대금이 추가로 늘면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원유가격이 10달러 오를 경우,원유 수입대금은 연간 85억달러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 등을 우려,외국인 주식 · 채권 투자자금이 유출된다. 단기 외채 1500억 달러의 상환 압력으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는 위기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리비아의 정치 불안이 즉각 해결되거나 3월로 이어지면서 점진적으로 약화된다면 리비아의 석유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면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내전이 확대된다면 석유 생산 시설의 파손은 불가피하다. 송유관 파괴와 지중해 · 유럽으로 가는 원유 수송 루트 차단으로 이어지면서 석유 시장은 상당기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고유가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유가 폭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원유 확보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성장세를 타지 못하고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 투기 자본이 유가 급등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동안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심리적 경계는 커져왔다. 필수 투입재인 원유 재고를 확충하려는 가수요가 인플레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튀니지 및 이집트 시위와는 달리 리비아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심리적 위기를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2009년 혁명 40주년에 리비아 대통령 궁에서 필자가 만난 카다피의 표정은 단호했고 나이를 뛰어넘는 전투적인 모습이었다. 리비아 사태는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른 여건에서 촉발됐다. 새로운 형태로 진행될 공산이 적지 않다. 석유 건설 외교 등 우리의 이해가 민감한 분야에 대한 단계적 대응책 마련과 상황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김중관 < 동국대 교수·국제통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