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페인트 · 시멘트 업계가 극심한 '한파'를 맞고 있다. 주요 페인트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1년 새 최대 40% 이상 급락했다. 시멘트 업계에선 2개사가 지난해 막대한 영업적자를 냈으며 공장 가동을 중단한 회사도 나왔다. 업계는 올해 건설경기도 그다지 나아질 조짐이 없는 탓에 페인트 · 시멘트 업계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인트 · 시멘트 업계 수익 급감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페인트 · 시멘트 회사 대부분이 지난해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건축공사가 줄면서 페인트와 시멘트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시멘트 회사들이 받은 타격이 컸다. 업계 1위 쌍용양회는 2009년 70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39억원으로 37.9%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도 영업이익이 465억원에서 61억원으로 87%가량 줄었다. 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는 더 심각해 지난해 각각 129억원,61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간 현대시멘트는 경영 악화로 작년 12월 충북 단양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회사는 내수로 먹고 사는데 건설경기 악화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인트 업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건설경기 악화에 더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수지,첨가제 등 원재료 가격부담까지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삼화페인트는 작년 영업이익이 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조광페인트는 83억원에서 79억원으로,노루페인트는 103억원에서 9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페인트와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KCC도 2009년 284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 1989억원으로 30% 이상 줄었다. 페인트회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지난해 하반기 90달러에 육박하면서 석유화학 업체에서 공급받는 원재료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활로가 안 보이는 업계

문제는 올해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연간 국내 건축 수주액은 2007년 78조5000억원에서 2008년 66조9000억원,2009년 55조3000억원,작년 48조5000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건축기성(공사완료 물량)액도 2007년 54조3000억원에서 작년 51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신규주택 건축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시멘트업체 A사 관계자는 "작년엔 그나마 4대강 공사 등 관급 공사가 많아 그럭저럭 버텼는데 올해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며 "건축경기가 살아나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페인트 업계도 줄어드는 건축 물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2009년과 2010년 건축물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올해 건축 부문 페인트 수요도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더군다나 리비아 등 중동지역 정정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원재료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