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카다피 정권과 과거에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서방 지도자들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영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이 그동안 국익만 챙기느라 카다피 정권을 키웠고,그것이 결국 지금의 리비아 사태를 가져온 주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정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카다피 정권과 친밀했던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서방의 몇몇 지도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소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카다피가 2004년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을 한 후 당시 블레어 총리는 리비아를 방문했다.블레어 전 총리는 리비아 방문 전 카다피가 WMD 프로그램을 포기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의 트리폴리 방문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블레어 전 총리와 카다피가 악수한 직후 영국 정부는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 석유 메이저인 셸이 5억5000만달러 규모의 리비아 연안 가스탐사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블레어 전 총리가 이 계약을 따내려고 셸이 그를 위해 써준 편지를 갖고 개인적으로 카다피에게 로비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카다피는 혁명에 성공한 후 리비아에 남아 있던 모든 이탈리아인에게 떠날 것을 명령했고,그로 인해 두 나라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그 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2008년 세번째 집권하면서 북부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단속할 목적으로 옛 식민지였던 리비아와 관계 개선에 나섰고 결국 과거사 청산을 위한 50억달러 규모의 보상책을 내놓았다.

카다피는 2009년 6월 로마를 방문해 환대를 받았고,그 후 이탈리아는 석유 수입의 20%를 리비아에 의존하고 리비아 인프라 개발에 대폭 투자하는 등 양국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졌다.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리비아 지도자를 ‘혼란스럽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2009년 12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카다피를 프랑스로 초청해 큰 논란이 일었다.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은 카다피 국가원수가 최근 서방에 보인 태도에 맞는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변호하면서 카다피의 방문을 통해 프랑스 기업이 리비아 정부와 100억달러의 투자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한 발짝 더 나가 카다피를 아랍세계의 독재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폈다.

△리처드 펄 전 미국 국방정책자문위원장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모니터그룹은 미국에서 리비아를 위한 로비 활동 대가로 연간 300만달러를 받고 있다.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을 지냈던 펄은 2006년부터 모니터그룹에 고문으로 합류해 그해 두 차례 리비아를 방문해 카다피를 만났고, 그 결과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 브리핑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당시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두 정상은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아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