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가 국제 원유시장을 연일 강타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폭등세가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이미 원유 생산과 수출 활동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보도다.

23일 터키의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트리폴리항과 벵가지항 등 주요 항구의 원유 수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즈프롬과 에니,레프솔 등 대형 석유회사들도 현지 시추활동을 멈춘 상태다. AFP통신은 "이탈리아계 석유회사인 에니는 현지 진출 회사 가운데 최대인 하루 24만배럴을 생산하고 있어 시추 중단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7%인 하루 16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약 80%를 해외에 수출한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약 130만~140만배럴이 묶이게 된다.

국제유가는 연일 상승세다. 리비아의 유혈시위사태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산된 직후인 22일 8.6%나 뛰었던 서부텍사스원유(4월 인도분)는 23일에도 배럴당 97.81달러(한국시간 자정)로 2.5% 추가 상승했다. 또 북해산 브렌트유도 같은 시간 4.2% 더 상승한 110.2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돌파하기는 29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5000달러(2009년 기준)에 이르지만,리비아나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고실업률과 빈부격차 등에 따른 잠재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사우디의 석유생산량이 리비아의 5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우디에 문제가 생기면 산술적으로 40~50달러의 유가 상승 압력이 추가로 생긴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진보개혁주의자 40여명은 최근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국왕에게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뉴욕에서 신병치료를 받은 뒤 23일 귀국한 압둘라 국왕은 주택건설 및 결혼자금과 창업지원 등을 위해 400억리얄(11조원)의 기금을 편성토록 하고,국가 공무원 급료를 현 수준에서 15% 인상토록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사우디는 하루 9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전 세계 하루 소비량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재고와 추가 생산능력이 충분하다"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원유가 폭등세가 장기화되면 산업활동 위축으로 수출이 감소해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OPEC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확실해지면 OPEC 회원국들과 증산 논의에 들어가겠지만 아직은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유 트레이더들은 만약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조 테라노바 미국 원유투자회사 버투스투자파트너스 수석전략담당은 "튀니지 사태가 여기까지 번지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단기적으로 리비아의 시위 주도세력인 시아파가 원유 생산시설을 파괴하거나 파업을 벌이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런 가정이 현실화되면 원유가격이 배럴당 147달러를 돌파했던 2008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