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산업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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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 일 자동차협상이 벌어지던 1995년 분위기가 늘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형성되곤 했다. 일본이 사전에 치밀한 협상전략을 짜도 미국은 귀신처럼 약점을 파고들었다. 비밀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쥐고 있었다. 국가안보국(NSA)의 국제 통신감청조직 '에셜론'을 통해 일본의 통화내용을 엿듣고 미국 협상단에 알려줬던 것이다. 사실이 드러나자 미 · 일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기업 정보를 직접 훔치는 경우는 더 많다. 얼마전 미국의 한 농약회사에서 일하던 중국 출신 연구원은 살충제 제조법을 빼내 중국 정부에 넘겼다.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전언이 오자 어린 아들의 여행가방에 살충제 제조에 필요한 희귀 박테리아를 넣어 중국으로 보냈다. 그 대가로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과학재단에서 돈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중국은 미국 지질학자 쉐펑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8년형을 선고했다. 중국 석유산업에 관한 비밀자료를 미국 에너지업체에 넘겼다는 이유다. 미국 정부가 즉각 석방을 요구하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맞섰다.
국가 이익이 걸린 협상에서 각국 정보기관이 상대국 정보를 빼내는 일은 흔하다. CIA 작전요원으로 24년간 근무했던 프레드 러스트만은 'CIA 주식회사'라는 책에서 산업스파이 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작전요원은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외교관이나 비즈니스맨,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게 보통이란다. 국적도 수시로 바꾼다. 그들의 임무는 현지에서 활동할 공작원 포섭과 지휘다. 돈으로 매수하거나 미인계,복수심 자극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미국의 기업비밀을 빼내기 위해 스파이 작전을 일상적으로 벌이는 나라가 23개국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경우 에어프랑스 기내와 특정 호텔방에 도청 장치를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란다. 산업 스파이전에선 적군과 우군이 따로 없고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정원 소속으로 보이는 인물 3명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던 호텔 방에 침입했던 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보를 빼내는 과정이나 사후 대응이 워낙 어설퍼 흥신소만도 못하다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인도네시아 측이 "숙소 침입은 오해"란 입장을 밝혔다지만 우리의 구겨진 체면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기업 정보를 직접 훔치는 경우는 더 많다. 얼마전 미국의 한 농약회사에서 일하던 중국 출신 연구원은 살충제 제조법을 빼내 중국 정부에 넘겼다.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전언이 오자 어린 아들의 여행가방에 살충제 제조에 필요한 희귀 박테리아를 넣어 중국으로 보냈다. 그 대가로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과학재단에서 돈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중국은 미국 지질학자 쉐펑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8년형을 선고했다. 중국 석유산업에 관한 비밀자료를 미국 에너지업체에 넘겼다는 이유다. 미국 정부가 즉각 석방을 요구하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맞섰다.
국가 이익이 걸린 협상에서 각국 정보기관이 상대국 정보를 빼내는 일은 흔하다. CIA 작전요원으로 24년간 근무했던 프레드 러스트만은 'CIA 주식회사'라는 책에서 산업스파이 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작전요원은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외교관이나 비즈니스맨,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게 보통이란다. 국적도 수시로 바꾼다. 그들의 임무는 현지에서 활동할 공작원 포섭과 지휘다. 돈으로 매수하거나 미인계,복수심 자극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미국의 기업비밀을 빼내기 위해 스파이 작전을 일상적으로 벌이는 나라가 23개국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경우 에어프랑스 기내와 특정 호텔방에 도청 장치를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란다. 산업 스파이전에선 적군과 우군이 따로 없고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정원 소속으로 보이는 인물 3명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던 호텔 방에 침입했던 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보를 빼내는 과정이나 사후 대응이 워낙 어설퍼 흥신소만도 못하다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인도네시아 측이 "숙소 침입은 오해"란 입장을 밝혔다지만 우리의 구겨진 체면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