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을 살면 과거에는 백세인(centenarian)이라 하여 희귀하게 여겼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12월31일 현재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노인은 960명(남자 104명,여자 856명)으로 5년 전 2000년의 같은 조사결과인 934명에 비해 2.9% 늘었다. 지난해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백세인이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해야겠지만 백세인은 의학발전과 경제수준 향상에 힘입어 더 가파른 추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수명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1963년 백세인이 153명이었으나 2006년엔 185배가 넘는 2만8395명이 됐다. 2050년에는 그 수가 62만7000명에 달해 수십년 후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할 날도 찾아올 것이라는 추산이다. 한국과 기대여명이 비슷하다는 영국의 경우 노동연금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향후 70년간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 현재 영국 인구의 17% 정도는 수명이 10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령대별로는 현재 16세 미만 인구 중 300만명(25%),16~50세 중 550만명(19%),51~65세 중 130만명(13%),66세 이상 중 87만5000명(9%)이 100세 이상 생존한다는 것.

이처럼 현대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안티에이징 의학과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서히 늙어가는 아름다운 노화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 · 치료하는 것은 기본이다. 거동에 불편함이 없고 낙상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능력,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심리상태 유지가 필요하다. 여기에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피부 · 성형미용 치료까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최근 안티에이징 산업은 융복합화,고급화,첨단화를 달리고 있다. 우선 차병원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안티에이징센터 '차움'과 자생한방병원이 올해 개원한 웰니스센터 '더 제이'등은 의학적 치료와 진단과 피트니스(웨이트트레이닝 필라테스 요가 등), 웰빙(스파 식사요법 숙면 등)을 조화시킨 메디컬콤플렉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학병원인 인천성모병원이 201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마리스텔라'도 메디컬과 시니어타운,웰빙을 조화시킨 메디컬콤플렉스를 지향하고 있다. 국내 시니어타운 사업을 본격화한 송도병원도 총 사업비 4000억원가량을 투입, 전북 고창 석정온천지구에 154만㎡ 규모의 대단지 휴양형 웰빙 시니어타운인 웰파크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편백숲과 소나무 향이 그윽한 울창한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고 골프도 할 수 있게 꾸며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휴양형 테마파크였던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를 효시로 이 같은 개념의 웰빙단지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에는 시니어타운하면 서울 주변도시 조용한 곳에 지어졌고 숙박이나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만 제공했다. 하지만 활동적이며 경제력 있는 사람들이 도심에서 기존에 해오던 사업,사교,취미활동을 지속하면서 높은 수준의 건강관리 및 레저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면서 차움이 등장하게 됐다. 반대로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서 인생 후반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사람은 웰파크시티를 선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제적 여유층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메디컬콤플렉스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사업 추진에서 복잡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예컨대 차움의 경우 의료시설 및 스포츠체육시설의 두 가지 영업허가를 받았다. 허가요건에 맞게 건물도 더 높고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현재 차움의 회원권 가격은 1억7000만원에 이른다. 회원 수도 500여명에 이른다.

고급화는 프리미엄 검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3000만원대(이하 2박3일 기준,부대서비스 차이에 따라 다름) 상품을 내놨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1800만원,서울아산병원 1700만원,서울성모병원 1118만원,세브란스병원 900만원 등 각 병원이 극소수 VVIP를 위한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줄기세포로 주름 펴고 관절염 치료…과학과 만나는 안티에이징 뜬다

안티에이징 산업은 과학과 접목되면서 첨단화를 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재생의학과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의학이다.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앤디오스텍,알앤엘바이오,메디포스트 등이 미래에 당할 불의의 질병과 사고에 대비해 제대혈 혈액 태반 등을 이용한 성체줄기세포 뱅킹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방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피부·성형미용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면서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아산병원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에프씨비파미셀 등 벤처기업과의 산·학 협력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및 삼성종합기술원이 축적해 놓은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 일원역 일대에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 및 치료를 수행하는 '트라이앵글 메디컬 클러스터'를 2015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연간 6조원에 이르는 화장품 시장 속에서 줄기세포 배양물을 넣은 잔주름 개선 및 피부재생용 노화방지 기능성화장품의 매출이 최근 수년간 30%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혈액에서 추출한 지극히 초기적인 줄기세포 주사법이라 할 수 있는 혈장풍부혈소판(PRP)치료가 피부미용은 물론 무릎관절염 치료에 적용된 지도 꽤 오래됐다.

인류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유전자의 기능과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장수와 무병에 활용하는 기법이 차츰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만성질환을 앓는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는 장수에 도움이 되는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때마다 짧아지면서 세포의 죽음을 부른다.

또 매일 10분씩 걸으면 암세포의 성장속도를 줄이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데 이롭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를 이용하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함으로써 세포의 사멸이나 노화를 방지하고,적당한 운동으로 암을 예방하는 노하우도 찾아낼 것으로 의학자들은 믿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현재까지 밝혀진 3만여개 유전자의 기능을 더 심층적으로 알아내고 개인별 유전체(게놈)분석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당초 한두 개의 유전자가 특정 질병을 일으킬 줄 알았으나 너무나 많은 유전자가 유기적으로 조합해 특정 질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당황하게 됐다. 더욱이 열악한 생활환경이나 잘못된 습관,섭식,유해물질이 후천적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마음의 평안과 좋은 섭식은 장수의 조건을 가다듬어 주는 부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요가학원과 호텔, 리조트 등에서 스파를 즐기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노화와 만성질환의 예방과 개선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비타민(비타민 C,E,D,베타카로틴 등) 및 항산화미네랄(셀레늄 아연 등)을 비롯해 면역력강화물질이자 단백질 공급원인 클로렐라 등이 대중화돼 있다.

최근에는 적포도주 추출물과 땅콩새싹 등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이나 나무딸기(베리류)에 다량 함유돼 있는 안토시아닌 등이 떠오르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노화는 세포의 산화,인지력의 저하,혈관의 혈액순환장애,과도한 스트레스,감염과 면역력 저하,당화(혈액 중 당분이 각 생체조직에 결합),나쁜 유전자의 활성화,수면부족,운동부족,특정 신체 부위의 혹사(귀와 눈) 등으로 온다. 이를 모든 전선에서 막아내는 것은 적잖은 지식과 전략,비용이 필요하다.

의학적 수단을 동원하고 마음의 평화와 함께 경제적 안정을 이룩할 수 있다면 영국 노동연금부의 통계치처럼 백세인에 이르는 16%의 행운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학자들이 말하는 최고 기대수명인 120세에도 도전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