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복수의 아랍 외교관 말을 인용해 "풍부한 오일머니의 완충작용으로 인해 그동안 안정지역으로 분류됐던 사우디도 결국 불똥을 피해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정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미 시위가 벌어져 정부 당국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NYT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사우디 동부 아와미야에서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모여 "수감 중인 시아파 범죄자들을 석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NYT는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걱정은 시위 자체보다도 미국의 배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축출된 데다 인접 국가인 바레인과 예멘 등에서도 시위가 격화되고 있지만 미국은 시위대의 편에 서겠다는 뜻을 갈수록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우디 외교관은 "압둘라 국왕이 무바라크의 명예로운 퇴진에 도움을 줄 것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걸어 요청했지만,수포로 돌아간 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87세인 국왕의 건강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변수다. 신병 치료차 최근 석 달 동안 미국과 모로코 등지에 머물렀던 압둘라 국왕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이번 주 중 급거 귀국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