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럽의회 본받아야 할 우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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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민주적인 타협 처리
당리당략 반대 말고 조기 비준을
당리당략 반대 말고 조기 비준을
지난주 목요일 유럽의회는 한 · EU FTA 잠정발효 비준안을 압도적인 다수 지지로 통과시켜 협정이행에 필요한 EU 측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국회 폭력사태로 두 달 만에 본회의에 참석한 우리 국회의원들은 첫날부터 한 · EU FTA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유럽의회의 협정 비준은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우리 국회와는 달리 유럽은 역시 대의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찬성 465표, 반대 128표, 기권 19표에서 보듯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반대하는 국가도 적지 않지만, 몸싸움이나 막말 등의 추태없이 찬반 토론을 거쳐 다수결 투표로 비준안을 원만하게 처리했다.
둘째, 소수의견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타협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2009년 말 우리나라와 EU 양측이 합의된 내용을 서명하려 할 당시 이탈리아가 소형차에 대한 무역피해를 주장하며 협정 반대에 나섰고, 폴란드, 체코 등이 반대행렬에 가세했을 때 EU와의 FTA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EU는 협정이행 시점을 당초보다 6개월 늦추고, 관세인하 일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반대국가에 일정수준의 명분을 제공했고, 이탈리아 등도 극단적인 반대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와 EU가 양 지역간 FTA 협정을 공식비준하면서 협정 이행 시점을 금년 7월1일로 정했다. 공식적으로 확정된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지난 2월7일 유럽의회 내 상임위인 국제통상위원회가 비준안을 통과시켰고,협정 이행을 4개월 앞두고 본회의 상정 일정까지 확정했다.
유럽의회 의원들도 한 · EU FTA에 대해 의견이 많을 수 있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비준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한 · EU FTA보다 유리한 내용이 포함된 한 · 미 FTA 추가협상을 빌미로 EU도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국회와 보조를 맞춰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준안 처리안의 상임위 혹은 본회의 상정을 몸으로 막고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한 · EU FTA 이행 여부는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반대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국회에서는 비준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유럽의회가 조기에 비준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정치적 압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르면 다음 회기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국회에서 EU와의 FTA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고, 우리 국민들이 EU와의 FTA 내용을 잘 모른다는 점을 들어 비준처리를 늦춰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다. 정부가 협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도 더러 있다.
한 · EU FTA 협정 내용은 지난해 10월6일 공식서명시 일반국민에게 공개됐고, 그 이전부터 통상당국은 국회 상임위와 주요 정당에게 설명을 해왔다. 모 고위 통상관계자는 협정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해도 정치권이 달가워하지 않는 실정이었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은 통상당국의 잘못으로 몰아붙여 협정 비준을 지연시키려는 술책을 쓰고 있어 유럽의회와는 수준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 EU FTA는 한 · 미 FTA와 더불어 우리 경제 선진화 및 성장동력 확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협정이고, 조기 비준 및 이행이 정답이다. 이번 기회에 협정 내용뿐만 아니라 유럽의회의 협정비준 과정을 우리 국회가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한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한국협상학회 회장 >
유럽의회의 협정 비준은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우리 국회와는 달리 유럽은 역시 대의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찬성 465표, 반대 128표, 기권 19표에서 보듯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반대하는 국가도 적지 않지만, 몸싸움이나 막말 등의 추태없이 찬반 토론을 거쳐 다수결 투표로 비준안을 원만하게 처리했다.
둘째, 소수의견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타협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2009년 말 우리나라와 EU 양측이 합의된 내용을 서명하려 할 당시 이탈리아가 소형차에 대한 무역피해를 주장하며 협정 반대에 나섰고, 폴란드, 체코 등이 반대행렬에 가세했을 때 EU와의 FTA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EU는 협정이행 시점을 당초보다 6개월 늦추고, 관세인하 일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반대국가에 일정수준의 명분을 제공했고, 이탈리아 등도 극단적인 반대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와 EU가 양 지역간 FTA 협정을 공식비준하면서 협정 이행 시점을 금년 7월1일로 정했다. 공식적으로 확정된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지난 2월7일 유럽의회 내 상임위인 국제통상위원회가 비준안을 통과시켰고,협정 이행을 4개월 앞두고 본회의 상정 일정까지 확정했다.
유럽의회 의원들도 한 · EU FTA에 대해 의견이 많을 수 있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비준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한 · EU FTA보다 유리한 내용이 포함된 한 · 미 FTA 추가협상을 빌미로 EU도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국회와 보조를 맞춰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준안 처리안의 상임위 혹은 본회의 상정을 몸으로 막고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한 · EU FTA 이행 여부는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반대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국회에서는 비준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유럽의회가 조기에 비준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정치적 압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르면 다음 회기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국회에서 EU와의 FTA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고, 우리 국민들이 EU와의 FTA 내용을 잘 모른다는 점을 들어 비준처리를 늦춰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다. 정부가 협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도 더러 있다.
한 · EU FTA 협정 내용은 지난해 10월6일 공식서명시 일반국민에게 공개됐고, 그 이전부터 통상당국은 국회 상임위와 주요 정당에게 설명을 해왔다. 모 고위 통상관계자는 협정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해도 정치권이 달가워하지 않는 실정이었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은 통상당국의 잘못으로 몰아붙여 협정 비준을 지연시키려는 술책을 쓰고 있어 유럽의회와는 수준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 EU FTA는 한 · 미 FTA와 더불어 우리 경제 선진화 및 성장동력 확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협정이고, 조기 비준 및 이행이 정답이다. 이번 기회에 협정 내용뿐만 아니라 유럽의회의 협정비준 과정을 우리 국회가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한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한국협상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