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한화ㆍ태광ㆍ신한금융엔 투명성이 쟁점될듯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20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넥센타이어가 12년째 주주총회 첫 테이프를 끊은 데 이어 주요 기업의 정기주총이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진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기업의 실적개선으로 주주들의 현금배당 요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회사의 경영진과 사외이사 교체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97개 상장사 주총일정 확정…주총데이 3월18일
지난 18일 현재 정기주총 소집을 결의한 상장사는 유가증권 상장사 168개와 코스닥 상장사 129개 등 총 297개에 달한다.

이달에는 포스코(25일), 금호석유화학(25일), 영풍(28일), 고려아연(28일) 등 총 29개사가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나머지 268개 기업의 주주총회는 3월에 몰린다.

주주총회가 가장 집중되는 `주총데이'는 3월18일 금요일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102개 기업의 주주총회가 이날로 예정돼 있다.

주주총회 날짜가 특정일에 몰리는 이유는 주주의 비판과 견제를 일정부분 피하기 위한 `묻어가기'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주주총회 일정을 정하지 않은 기업들은 주총일정을 3월18일로 잡거나 차선책으로 57개 기업의 주총이 예정된 3월 25일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 배당금 인상요구 거셀 듯
작년 국내 기업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면서 주주들의 현금배당 요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춘 상장사협의회 법제조사파트장은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적자를 내는 기업들이 많은 탓에 적은 액수라도 배당금을 주는 것이 어디냐고 만족하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작년에는 실적이 회복된 만큼 배당금 인상에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실적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시가배당률에 별 차이가 없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들이 항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명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태광산업대한화섬이 작년 우수한 영업실적을 거뒀으니 적정한 배당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올해 주총에서 태광산업에 1주당 4만2천원, 대한화섬에 1주당 3천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할 것을 제안했다.

개미투자자들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배당금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며 여론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A기업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배 증가했지만, 올해 배당금은 0.3배(50원) 인상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개미들이 피 같은 돈으로 회사의 버팀목이 돼 줬다면 주주에게 넉넉한 배당이라도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배당금을 더 올려달라" 등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 "지배구조문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경영진이나 이사회 교체 등 기업지배구조(경영통제에 관한 시스템)관련된 문제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민단체, 연구소 등은 주주권익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사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안건이 상정된다며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장 승진은 내부 절차지만 등기이사선임은 주주로부터 경영권 승계에 대한 공식적인 승인을 받는 의미를 갖는다.

안건으로 상정된다면 과거의 지분과 관련된 문제, 경영능력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산업별 주요 기업 30개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해 주총 7일 전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CGCG는 다음 주 주총을 여는 KCC와 P0SCO의 안건을 살핀 결과,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결론짓고 최근 이 문제를 제기했다.

비자금수사를 받은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경영진 내분을 겪은 신한금융 등 경영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송혜진 기자 hope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