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 · 사진)가 올 들어서도 미 국채를 대규모로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데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로 국채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자산 규모 2390억달러)의 미 정부채 투자 비중이 작년 12월 말 22%에서 1월 말 12%로 낮아졌다. 이는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채란 미 국채를 포함 △인플레이션 연동국채(TIPS) △패니메이 ·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회사가 발행한 채권 △국채 관련 선물 및 옵션 등을 의미한다. 이 기간 중 모기지 증권 투자 비중은 45%에서 42%로 낮아졌다. 반면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보유하지 않았던 현금성 자산 비중을 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로스는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하는 정책당국자들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저축자들의 이익을 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태의연한 미 국채와 영국 국채를 처분하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미 국채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본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도 미 국채 자산을 줄인 것이다.

채권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그로스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올 들어 국채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 들어 채권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미 국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 투자자들은 계속 미 국채 보유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