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역 인근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KTX산천' 열차 탈선 사고가 일어난 경위는 정말 어처구니없다. 차량 결함이나 운행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선로 전환기 정비의 미세한 실수와 의사소통 부실에 따른 것으로 잠정 조사결과 밝혀진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이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에 다름아니다.

이번 탈선 사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리 담당 용역업체 직원들이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지름 7㎜ 너트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않은 게 문제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관제센터에 수차례나 에러 신호가 나타났고, 열차가 직진만 가능하도록 선로를 임시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만일 고속주행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1998년 승객 100여명이 사망한 독일 고속열차 ICE 탈선사고도 바퀴를 고정하는 링 하나가 파손돼 일어났다. 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05년 일본 효고현 쾌속열차 탈선사고 또한 곡선구간에서의 급정거로 열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일어났다. 순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연결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고속철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KTX산천'은 세계 네 번째로 이뤄낸 독자적 고속열차이지만 지금까지 제동장치 오작동, 배터리 결함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달아왔던 만큼 차량 자체의 문제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고는 브라질과 미국 등지에 한국형 고속철도 수출을 추진하는 등 고속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노리는 상황에서 악재임에 분명하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KTX 탈선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사회 인프라 전반에서 가장 기본적인 관리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안전이 위협받는 후진성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