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 양극화 해소 분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3년간 가장 잘한 정책으로 '금융 소외자 신용회복'을,가장 못한 정책으로 '청년 실업 해소'를 꼽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신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학계 · 연구계 · 기업 · 금융 분야의 경제 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는 5점 척도(5점:매우 잘했다,4점:잘했다,3점:보통이다,2점,못했다,1점:매우 못했다) 방식으로 이뤄졌다.

◆눈높이 맞춘 일자리 부족

일자리 창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묻는 진척도 평가에서 일자리 대책은 '보통'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청년(15~29세) 실업 절반 축소'는 5점 만점에 2.57점,'일자리 300만개 창출'은 2.89점에 그쳤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지만 고용 사정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학 진학률이 82%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졸자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 보건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신산업 육성(3.23점)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3.15점),사회적 기업 육성(3.13점)만 '보통' 정도의 평가를 받았을 뿐이다. 육아와 직장의 양립을 위한 파트타임 근무 확대(2.99점),임금피크제 · 정년연장(2.97점),글로벌 청년 리더 양성(2.97점),중소기업 구인난 해소(2.87점)는 보통(3점)에 못 미쳤다.


◆'고용 친화적 경영' 지원책 필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68.3%가 신산업 육성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기존 주력 산업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벤처 신화'의 주인공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청년 실업은 정부와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도 25.7%에 달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노동시장은)한번 뽑으면 내보내기 힘드니까 기업이 신규채용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 조건과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대기업 근로자는 과도하게 보호받는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보호가 안 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중구조가 청년 실업 해소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인난 해소(6.2%)와 사회적 기업 육성(5.3%)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강희복 시장경제연구원 상임이사는 "대기업이 고용 절약적 시설 투자를 확대하거나 해외 생산을 늘리면 국내 고용이 늘기 어렵다"며 "신산업 육성과 함께 고용 친화적인 경영 전략을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우석호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도한 근무시간도 청년 실업의 한 원인"이라며 "오버타임 근무 제한을 통해 추가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잘했다"

일자리 창출 · 양극화 해소 대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금융 소외자 신용회복(3.33점)이었다.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을 통해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힘든 저신용자의 금융 이용을 확대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부가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 · 중소기업 상생도 3.29점으로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유류세 인하 등 서민 생활비 절감 노력은 2.72점에 불과했다.

농어촌 부채 해소와 복지 확충(2.89점),비정규직 차별해소(2.94점),영세 자영업자 · 재래시장 활성화(2.97점),근로자와 서민의 세부담 경감(2.97점)도 '보통' 이하였다.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는 것은 좋지만 내용상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효과를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