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자원의 관리를 강화하는 '고래 유통증명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고래 품귀현상으로 고래 경매가가 2배 이상 폭등하고 고래고기 음식점들은 업종 전환을 꾀하는 등 고래고기의 유통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14일 울산 남구와 고래연구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일 고래의 불법 포획을 막고 유통체계를 잡으려고 혼획되거나 좌초한 고래를 유통하는 사람은 해양경찰서장이 발급한 '고래 유통증명서'를 반드시 지니도록 하는 '고래포획 금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시행했다. 이 고시에 따라 지난 한 달간 우리나라 주변수역에서 잡혀 고래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는 밍크고래 10마리, 참돌고래 11마리, 낫돌고래 2마리 등 모두 23마리로 집계됐다. 그러나 울산 70여곳을 포함해 부산과 마산, 포항 등지에 있는 우리나라 고래고기 음식점 200여곳에서 한 달 평균 소비되는 고래는 50여마리로 지난달 고래 유통증명서가 발급돼 정식으로 거래된 고래의 수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혼획 또는 좌초돼 잡힌 고래의 경매 가격이 크게 오르고 고래고기 음식점들이 업종 전환에 나서는 등 고래고기 유통체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달 20일 전남 신안군에서 좌초된 밍크고래(몸길이 약6m)는 경매를 통해 울산의 한 고래고기 음식점 주인에게 4천500만원에 팔렸다. 이 고래를 산 음식점 주인은 "고기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이런 고래는 지난해에는 2천만원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었다"며 "고래 유통증명서 발급으로 고래가 귀해져 밍크고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과 부산, 마산 등지에서 주로 유통되는 돌고래 가격도 2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포항 앞바다에서 혼획돼 포항 죽도시장에서 경매된 돌고래는 18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돌고래는 80만원에서 최고 12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고래고기가 귀해지자 울산의 장생포에 몰려 있는 20여곳의 고래고기 전문 음식점들은 부산이나 마산, 일식 전문음식점 등으로 보내는 고래고기 공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또 고래고기 대신 다른 음식을 파는 등 업종을 전환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고래고기 음식점 업주 이모(48)씨는 "겨울에 혼획되거나 좌초하는 고래의 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고래 유통증명제 시행으로 고래고기가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고래고기가 없어 많은 고래고기 전문 음식점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