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에도 로마 등 주요도시 가두시위 열려

미성년 매춘 혐의를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탈리아 여성 수만 명이 일요일인 13일 베네치아와 팔레르모 등 주요 도시에서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와 AF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시칠리아의 주도(州都)인 팔레르모에서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우리는 여성의 존엄성을 수호하고자 한다"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또 남동부 도시 바리와 북동부 트리에스테, 베네치아 등에서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낯뜨거운 성추문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가톨릭 수녀들도 대열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국내뿐만 아니라 이날 오전 일본 도쿄(東京) 소재 이탈리아 영사관 앞에서 약 100여 명의 여성들이 소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나폴리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로사 루소 예르볼리나 나폴리 시장은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노인,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모두 함께 참여했다는 것이 이번 집회의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코멘치니 수녀는 AFP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성추문과 성차별적 언행은 이탈리아 사회가 안고 있는 광범위한 문제의 일부라면서 "우파 정부뿐만 아니라 좌파 야당들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아동보육과 가사도우미 등이 부족해 여성들이 직업 영역에서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보랏빛 민중'이라는 이름의 시위대가 이탈리아 수도 로마 등 주요 대도시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예술인과 언론인, 노동조합원, 일반 시민 등이 합류한 시위대는 "무바라크 다음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베를루스코니는 전혀 가치 없는 인물이며 그를 정부 수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모로코 출신 나이트클럽 댄서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가 17세이던 지난해 상반기 대가를 지불하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고, 소매치기 혐의로 붙잡힌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밀라노 경찰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성관계의 대가로 돈을 지불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부인했다.

또 베를루스코니 총리 지지자들은 이날 여성 집회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국적인 항의시위를 비난했다.

마리아스텔라 젤미니 교육부장관은 "거리에 나온 여성들의 수가 많지도 않고, 정치적 목적에서 모인 것"이라고 주장했고, 집권 자유국민당(PdL) 소속 파브리치오 치치토 의원은 "시위 참가자들은 좌파들의 반(反) 베를루스코니 운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