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의 월요전망대] 금리동결로 물가불안 확산…정부의 선택은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개의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도 올해와 비슷했다. 당시에도 연초부터 물가는 4%대로 뛰어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범위(3±0.5%)의 상단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변수도 비슷했다. 정부는 물론 통화당국인 한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매주 물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인상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물가가 잡히기는커녕 7월에는 6%대까지 육박하자 학계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자칫하면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고 가계 부실마저 우려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그 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경기침체가 현실로 닥치자 성장을 위해 정부가 물가 방어를 포기했다. 그 해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겠다고 나섰던 한국은행은 두 달 뒤인 10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2008년 성장률은 당초 정부 목표치(4%대)의 절반에 그쳤고 물가도 연간 4.7%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잡기에 나섰던 정부가 둘다 놓친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지난 11일 오후 늦게 과천정부청사에서는 기획재정부 주재로 13개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물가대책회의를 열었다. 한 참석자는 농담조로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한은이 물가잡기를 포기한 만큼 정부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상과 환율인데,둘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물가를 낮추려면 환율이 낮아져야 하지만 외국인들이 돌연 주식을 대거 팔고 나가고 있어 당분간 환율이 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이번 주에도 물가대책회의(18일)를 열어 안정방안을 논의한다. 한은이 금리인상 카드를 미룬 상황에서 정부가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을 막을 묘안을 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 전체 고용 사정은 민간 일자리 증가 덕분에 경기지표 가운데 가장 무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청년실업률이다. 작년 하반기 6~7%대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8~9%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졸업 시즌을 맞아 구직활동에 나서는 청년들이 늘어나 실업률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관심사다. 작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열리는 첫 재무장관급 회의로 환율전쟁의 처방으로 제시됐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과 기축통화 체제 개편 등이 논의된다.

이번 주에는 '1월 국내은행 외화유동성'(14일),'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15일),'1월 수출입물가지수'(16일)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14일과 18일 각각 예정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차기회장 후보 선출이 가장 큰 관심사다.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