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는 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수입차 업체에 가도 마찬가지예요. " 며칠 전 메르세데스벤츠 강남전시장을 운영하는 딜러회사인 한성자동차 매장을 찾았던 한 독자는 영업사원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7000만~8000만원짜리 차를 구입하면서 전액 현금으로 내거나,고리의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벤츠 매장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다. "최대 1000만원까지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지만,나머지는 할부금융 또는 현금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벤츠의 경쟁 브랜드인 BMW와 아우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제 한도를 2000만원까지 늘려주겠다는 곳이 있을 뿐 카드를 꺼리기는 매 한가지였다. 일부는 1000만원당 카드 수수료 27만원을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면 한도를 상향 조정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가장 큰 원인은 카드 수수료였다. 차값의 2~3%를 가맹 수수료 명목으로 카드업체에 내기 싫다는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 차값을 카드로 결제하지 못하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값의 1% 안팎에 이르는 포인트 혜택을 포기해야 하고,분할 납부도 할 수 없다. 수입차 업체가 소개해 주는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리 12~13%의 고리 부담을 져야 한다.

카드결제 거부는 유독 수입차 업체들 사이에서만 일반화된 관행이다. 국산차 업체들은 카드결제를 꺼리는 일이 거의 없다.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수입차 딜러와 같은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19조 및 70조의 가맹점 준수사항 위반에 해당한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해도 불법이다. 여전법상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여신전문금융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수천만원짜리 제품을 팔면서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관행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작년 수입차 판매량은 9만562대로,전년 대비 48.5% 급증했다. 올해는 13만여대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너무 배부른 것일까.

조재길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