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면서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장관은 11일 "대선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것은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고 말했으며, 전날에도 "나는 개헌을 위해서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과거 `악연'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악연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 장관은 세 번의 수감생활을 했는데, 그 중 한 번이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다.

1979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자격으로 경북 안동을 방문한 이 장관은 안동댐에서 당시 새마을봉사단 총재였던 박 전 대표의 큼지막한 방생기념탑과 안동댐 건설공사로 숨진 인부들의 초라한 위령탑을 본 뒤 "이것이 유신독재의 실체"라고 말했다가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1996년 신한국당에 들어와 15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고 박 전 대표가 1998년 4월 재보선으로 한나라당에 합류한 후에는 충돌이 표면화됐다.

이 장관은 2004년 8월 당 연찬회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박 전 대표도 "3공, 5공이 당의 뿌리인지 모르고 들어왔느냐"며 맞받으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 장관이 2006년 1월 당 원내대표를 맡아 당대표였던 박 전 대표와 `투톱'을 이루면서 잠시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같은 해 7월 당대표 경선이 이 장관을 지원한 당시 이명박 후보와 강재섭 대표를 지원한 박 전 대표간의 대리전 양상을 띄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또다시 대립했고 이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의 라이벌인 이명박 후보 캠프의 총사령탑을 맡으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여권의 실세로 불리던 이 장관과 박 전 대표의 거리는 좁히기 어려워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장관의 지난해 정치권 복귀 후 살얼음판 위에 있는듯 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장관이 특임장관으로 개헌론을 설파하면서 다시 첨예한 갈등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가에서는 그의 개헌 드라이브가 기존 대통령제 권력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는만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와의 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