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한동안 주춤했던 '주상복합마트'가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유력한 신규 출점 형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속속 완공된 주상복합아파트 건물 지하 1층이나 지상 1층에 대형마트가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대형마트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면서 비교적 쉽게 출점할 수 있는 데다 시행 · 건설사는 상가 분양 리스크를 줄이면서 입주 선호도를 높일 수 있어 주상복합마트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새로 생긴 대형마트 10곳 중 절반인 5곳이 주상복합마트로 출점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1일 서울 묵동의 지상 35층짜리 '묵동 자이' 지하 1층에 묵동점을 열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사당동 '이수 자이' 지하 1층에 개점한 이수점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도 하남시 두산위브파크에 하남점,동탄시 메타폴리스에 동탄점을 각각 개점했으며,롯데마트도 충남 천안 와이시티에 천안아산점을 열었다.

이로써 대형마트 '빅3'의 주상복합마트는 총 27곳으로 늘었다. 이마트가 16곳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 7개,롯데마트 4개 순이다. 이 가운데 70%인 20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수도권 점포 중 14개는 2008년 이후 문을 연 곳이다. 서울에선 이마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2008년 서울 황학동 롯데캐슬에 롯데마트를 제치고 입점한 것을 비롯해 서울 10곳 중 8곳을 차지했다.

주상복합마트가 증가하는 것은 대형마트와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보통 대형마트는 대규모 부지를 매입한 뒤 직접 단독건물을 지어 입점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도심에선 연면적 1만㎡(3030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땅값이 비싸 매입하기도 여의치 않자 주상복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기인주 이마트 점포개발팀장은 "점포 비용이 적고 자연스럽게 입주 가구를 단골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초기부터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며 "고령화와 소가족화로 인해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최적의 입지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에도 매력적이다. 대형마트 입점으로 주상복합의 장점인 '원스톱 리빙'을 실현할 수 있는 데다 상가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주상복합마트는 매장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정형화된 대형마트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고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영업면적 1만㎡ 안팎의 중소형급이다.

이마트 이문점과 이수점,여의도점 등은 대형 유통점포의 기준인 3000㎡(909평)에도 못 미친다. 롯데마트는 2009년 서울 공덕동 롯데캐슬에 입점할 계획이었으나,충분한 매장면적이 확보되지 않자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에 넘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독 점포를 낼 공간이 전국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상복합에 입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식품 · 생활용품 위주의 하이퍼마켓 등 주상복합에 효율적인 매장 모델에 대한 연구와 실험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