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이모씨 등 3명이 "아파트 분양광고에 고가도로 설치 사실 등을 알리지 않았다"며 시행사인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을 고지받았다면 그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한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그 사정을 고지해야 한다"며 "공단은 생활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고가도로가 아파트 앞에 설치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분양권을 전매해 명의변경 절차를 거쳐 공단으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은 이씨 등은 애초 분양받은 사람(수분양자)에게서 분양계약상의 권리ㆍ의무를 그대로 승계했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으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도 함께 건네 받았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03년 경남 양산시에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수분양자에게 아파트 전방에 왕복 6차로의 고가도로와 고가형 보행자도로가 설치될 예정임을 알리지 않았다.

이씨 등은 수분양자로부터 수분양권을 매수해 입주한 뒤 공단이 분양광고를 하면서 아파트 앞에 왕복 6차로의 고가도로와 보행자도로, 고압송전탑 등이 있다는 사실을 은폐해 사생활 침해 등 정신적 패해를 겪고 있다며 각각 600만∼1천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 등은 애초 분양계약자가 아니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입주했으므로 공단이 계약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씨 등은 수분양자로부터 계약상 지위를 승계했다"며 공단에게 각각 300만∼5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