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로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가격은 급락)하면서 국내외 채권시장과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및 해외 채권형펀드에서 지난달 3조1376억원이 빠져나갔다. 작년 12월(-8754억원)에 이어 2개월째 자금이 빠진 것이다. 월간 순유출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3조6643억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5조317억원 순유출돼 1998년 채권시장 개방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유출 강도가 약해졌지만 약 4400억원이 빠졌다.

미국에서도 채권시장 자금 이탈이 뚜렷하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채권형펀드에서 8억5000만달러(9500억원)가 빠진 데 이어 12월엔 순유출액이 203억6700만달러(23조원)에 달했다. 2009년 이후 줄곧 순유입을 기록했던 채권형펀드에서 22개월 만에 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예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에서 자금이 빠지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각된 '안전자산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아직 채권에서 주식으로,또는 예금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뚜렷하지 않다"면서도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던 흐름에 균열이 생긴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