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홍수 피해로 신음하던 호주에 이번엔 초대형 사이클론이 덮쳤다. 두 가지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수백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BBC는 6일 "호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인 '야시(Yasi)'가 북동부를 중심으로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부터 이틀간 호주를 강타한 '야시'는 시간당 최고 풍속이 290㎞를 넘었다. 호주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18년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홍수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사이클론까지 겹쳤다는 것.호주는 작년 11월부터 이어진 역사상 최악의 홍수로 30여명이 사망하고 주택 3만채가 파손됐다. 주요 탄광과 철로 곡창지대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수로 인한 피해액만 204억달러(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사이클론으로 인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수몰지구의 복구는 물론이고 농산물 수확량 감소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걱정이다. 이번 사이클론으로 호주의 바나나 농장 75%가량이 피해를 입었고 상당수 사탕수수도 바람에 날아갔다. 호주 웨스트팩은행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만 과일 가격이 60% 오르고 야채값은 10% 정도 뛸 전망"이라고 말했다. 호주 ANZ은행도 "사이클론과 홍수 탓에 오는 3분기 동안 호주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0.9%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장은 호주 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홍수와 사이클론으로 송전 설비 일부가 파괴되면서 상당수 탄광과 항구의 조업이 중단되는 등 수출산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육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정부는 1년 전에 비해 쇠고기 도축량이 7%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