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임명된 것은 1979년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의 여파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이중고(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78년 7.6%에서 1979년 11.3%로 뛰었고 1980년엔 13.5%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은 1978년 5.6%에서 1979년 3.1%로 하락한 뒤 1980년엔 -0.3%로 곤두박질쳤다.

볼커 의장이 꺼내든 카드는 금리 인상이었다. 경기 회생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한 것이다. 그는 취임 당시 연 6% 수준이던 정책금리(연방기금 금리)를 1981년 연 20.5%까지 올렸다. 덕분에 물가는 1983년 3.2%로 낮아졌고 1989년까지 3~4%대에서 안정됐다. 그러나 긴축의 후유증으로 성장률은 1982년 -1.9%로 뒷걸음질쳤고 뒤이은 저축은행(S&L) 파산으로 1980년대 내내 미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다.

볼커 의장의 정책은 상반된 평가를 듣고 있다. 긴축의 고삐를 지나치게 당긴 결과 불황을 장기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와 금리를 높이고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1990년대 이후 장기호황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다. 후임자인 앨런 그런스펀 의장의 저금리 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반대급부로 볼커 의장에 대한 평가의 무게추는 전자에서 후자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이번 주 최대 관심사는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30년 전 미국과 비교하면 물가불안 측면에선 닮은 꼴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4.1%로 올랐다. 중기 물가안정목표(3±1%)의 상단을 넘어섰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국제 곡물가 상승,임금 인상 등에 따른 수요압력 등을 감안하면 4%대 아래로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측면에선 낙관론이 퍼지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유럽의 재정위기에다 신흥국의 동시다발 긴축으로 경기회복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꺾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시장의 관측은 반반이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높인 만큼 이번 달엔 쉬어갈 것이란 관측과,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두 달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엇비슷하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10일 발표되는 1월 생산자물가가 있다.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년 만에 최고치인 5.3%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는 8일과 11일 잇따라 물가 관련 대책회의를 연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물가 부처라고 주장하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9~11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어떤 말을 할지도 주목된다.

은행권에서도 차기 CEO를 둘러싼 빅 이슈가 이번 주에 몰려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6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군 4명을 8일 가려낸다.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공모는 9일 마감된다. 두 금융 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