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물론 충청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국무총리가 4월에 위원회를 발족시키면 거기에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과학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유치 지역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혼선을 준 것 같은데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 공약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충청권에 가서 표를 얻으려고 관심을 많이 보였던 건데,과학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이렇게 믿어주면 충청도도 좋고,그것이 충청도민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에 대해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내보내겠다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염홍철 대전시장,안희정 충남지사,이시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단체장들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의 백지화 발언을 비난했다.

과학벨트는 향후 7년간 3조5000여억원을 들여 대형 기초연구시설 등을 설치하고 세계적 두뇌를 결집시켜 기초과학비즈니스를 융합한 국가 성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오는 3월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한 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제과학벨트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월 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 대해 "여야가 머리만 맞대면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다"며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취임 3주년을 즈음한 개각은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면서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문제와 관련,"그것도 (기름값 대책에) 포함돼 있다"며 "관세나 조세를 낮춰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커버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건설회사로 하여금 소형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구체적인 전세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이달 말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