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치도 않았던 이집트 모래바람이 증시를 휘감았다. 설 연휴 동안 "주식을 묻어두자"고 마음 먹었던 투자자들도 "발 빼야 되는 거 아닌가"하는 고민이 커지는 시점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닷새간의 설 연휴가 기다리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쉬지 않는다. 사태가 급변할 경우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속 편하게 주식을 파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을 팔았는데 증시가 오른다면 연휴 이후 상승분이 일시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기회비용을 잃을 수도 있다.

선택은 항상 어렵지만 며칠치를 몰아서 고민해야 하는 지금, 팔 것이냐 말 것이냐, 산다면 뭘 살 것이냐 생각만 많아지고 있다.

일단 설 연휴 동안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짚어본다면 선택이 조금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 사태가 증시에 새로운 불확실성 변수로 등장했다. 2009년 두아비월드 모라토리움 사태가 증시를 급락시켰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도 만만히 볼 수는 없다.

이집트 문제는 미국의 중동 영향력 감소나 유가 급등 등의 우려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조정의 원인이 이집트 사태였지만 이미 이 사건은 2주전부터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상승 피로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빌미'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조정 원인은 이집트 소요사태였지만 나스닥 시장의 기술적 오류와 9주 연속 상승(다우기준) 피로감도 같이 맞물려 지난주말 낙폭이 컸었다"며 "또 이집트 소요사태가 지속됐었지만 그 사이 국내 증시는 강세가 지속돼 왔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이집트 사태확산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외국인 매물 출회, 투자심리 위축, 불확실성 회피심리 등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곽 연구원은 분석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집트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사안이 아니지만 이런 외부 충격은 오래 지속되기보다는 단기간에 큰 영향을 주고 사라지면서 문제의식이 줄어들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집트 사태 외에도 미국(1월 ISM제조업지수와 고용지표)은 설 연휴 동안 중요한 지표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춘절을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변수들은 경제회복 확인과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설 연휴 이후 변동성을 낮춰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집트 변수 외 연휴기간 점검할 변수들은 중국 긴축 기조 완화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 노력 확대, 미국 경기회복 기조의 지속이라는 조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변화된 환경을 감안하면 업종간 비율을 조정하는 대응은 유효하지만 주식비중 전체를 줄이기에는 기회비용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SIM제조업지수와 상품가격 동향을 보면 상품가격 상승은 제조업지수의 상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며 "투기나 외부 악재로 인해 상품가격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상품 가격 상승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반영하면서 움직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와 함께 중국의 PMI지표는 여전히 양호해 중국 경기모멘텀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며 "조정을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매수 타이밍을 포착하는 기회로 삼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변한 것은 없다. 기존의 변수들에 새로운 돌발 악재가 추가됐을 뿐이다. 그나마 추세를 변화시킬 변수는 아니다.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긴축, 남유럽 재정 우려와 함께 짊어지고 나가야 할 사안이다.

설 연휴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쉬지만 글로벌 증시는 움직인다. 주식이 오를 경우의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팔 것이냐, 조정 이후 반등을 보고 미리 사 놓을 것이냐, 눈높이를 낮추고 안전하게 비중을 줄일 것이냐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