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은 "기업은행의 100년 토대를 닦기 위해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고 27일 밝혔다.

조 행장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의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고 하니까 사람을 얼마나 죽이려고 하느냐고 하더라"고 농담한 뒤 "태종 이방원처럼 기업은행의 틀을 닦아 걸출한 인재들이 나왔을 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519년이 찬란한 역사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27명의 임금이 모두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만 그 토대를 쌓은 것은 세종대왕일 것"이라며 "그러나 세종대왕이 하루 아침에 나온 건 아니고 태종이 틀을 닦았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역할은 이방원,업무는 세종,나중에 물러날 때는 룰라(전 브라질 대통령)가 되게 해달라고 매일 출근 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기업은행 100년의 토대를 닦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내실경영'을 제시하고 잘못된 관행,허례허식을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내부 문제는 내부 출신이 가장 잘 안다"며 "영업 캠페인을 없앤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실제 업무보다는 윗 사람에게 올릴 보고서를 잘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등 잘못된 관행이나 허례허식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은행이 지금 여건에서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 · 합병(M&A)하는 것은 어렵고,5000만 국민이 모두 줄을 서서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나를 만들어도 고객들에게 유용하고,그래서 직원들이 신나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앞으로 본부에 근무 중인 임원들 절반 이상을 현장으로 내보내겠다"며 "업무 사안이 있다면 휴대전화로 하면 되지 임원들이 본부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고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