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것은 초기대응 실패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어제 발표한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에 따르면 작년 11월23일 경북 안동의 돼지농가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지만 당국은 간이 키트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됐다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사태를 키웠다. 결국 그달 28일 해당 농가는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당국은 부랴부랴 차단방역에 나섰지만 강한 전파력을 가진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주위를 오염시킨 뒤였다.

한 박자 늦은 뒷북 대응이 사상 최악의 재앙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구제역 발생 초기 단계의 대응이 미숙했음을 방역당국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안동이 한우 집산지로 축산농가가 밀집된데다 매몰처분이 늦게 이뤄졌고, 한파 지속으로 소독이 어려웠던 점도 초동 방역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 허술한 대처가 화를 키워 소와 돼지 등 262만 마리가 매몰 처분되고 이를 위한 보상금 등으로 2조원을 넘게 썼다고 하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2개월 만에 전염된 곳이 전국 8개 시 · 도, 63개 시 · 군으로 늘어 안전지대가 거의 없는 꼴이다.

더 이상 확산되는 것만이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항체가 생기기까지는 2주일이 걸린다. 백신을 맞은 가축이 그 사이에 전염되지 않도록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강력한 차단방역과 소독을 하는 게 필수적이다. 또 매몰 농장 농장주나 근로자의 다른 농장 방문을 자제토록 하고 사료 등을 운반하는 차량이나 도축장을 오가는 차량에 의한 전염 가능성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바이러스 오염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어서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제역 때문에 설에도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총력 방어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감염 가축의 살처분과 매몰로 일관하다 피해는 막지 못하고 사태만 키운 방역체계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