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서 창업한 벤처 1세대…'성공 DNA' 전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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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ㆍ장병규ㆍ권도균 씨 등 "후배들에 노하우 전하겠다"
창업 컨설팅ㆍ자금 지원까지
창업 컨설팅ㆍ자금 지원까지
1990년대 말 벤처 열풍을 주도했던 벤처 1세대들이 창업 지원에 나섰다. 인큐베이팅 회사를 차리거나 엔젤투자사를 설립해 자발적으로 컨설팅을 하는 등 벤처창업을 돕고 있다. 김범수 NHN 창업자,네오위즈와 첫눈의 창업자 장병규 본앤젤스 대표,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주성엔지니어링 창업자인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노정석 인젠 창업자 등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는 것.창업 과정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것을 '성공 DNA의 전수'라고 부른다. 과거 벤처 거품 시대의 '묻지마'식 투자와 달리 전 · 현직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이 탄탄한 경영 노하우와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될성부른 벤처를 키우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된 투자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한게임과 NHN을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사장.그는 2007년 NHN에서 나와 2008년부터 벤처 지원에 나섰다. 그는 당시 '실력있는 벤처 사장 100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창업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능력있는 인재들이 많았다"며 "과거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젊은 벤처인들을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오위즈와 첫눈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는 장병규씨는 지난해 엔젤투자사 본엔젤스를 설립했다. 그가 엔젤투자사를 설립한 것은 아주 초기 단계의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한국에는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장 대표는 "창업을 해보니 투자 자금과 외부의 조언이 가장 절실한 때는 초기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다음 창업자 이택경씨와 전자결제업체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씨는 프라이머라는 벤처 인큐베이팅 업체를 만들었다. 2000만~3000만원의 소액을 지원하지만 창업의 시작부터 차근차근 컨설팅을 한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심사하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학습이 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초기 벤처를 도와주는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최근 설립했다.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해 화제가 됐던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젊은 후배들의 창업 아이템과 수익 모델을 조언해준다. 최근 인프라웨어에 팔린 모바일 보안업체 쉬프트웍스가 그의 컨설팅을 받은 대표적 회사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창업을 시작하는 젊은 벤처인들에겐 이들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것이 필수 코스처럼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장병규,노정석 두 사람을 차례로 만나 검증을 받았다. 프리챌,NHN 출신인 포도트리의 이진수 대표는 창업 직전 김범수 사장을 찾아가 함께 회사를 인큐베이팅하는 작업을 했다. 온라인교육업체 스픽케어와 동영상검색기술업체 엔써즈는 장병규 대표의 조언을 듣고 직접 투자도 받았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성공한 벤처 선배들이 엔젤투자자나 카운셀러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끄는 것은 성공DNA가 전수되는 벤처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가 그렇게 형성돼 왔는데 한국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