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24일 회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과거와는 달랐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기업 총수들과 모두 여섯 번 만났지만 전경련에서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 다섯 번은 청와대에서였다.

당선인 시절인 2007년 12월 말 전경련을 방문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약속한 지 3년여 만에 다시 전경련을 찾은 것이다. 이 대통령과 재계 대표들은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과거와는 달리 총수들은 명찰을 달지 않았다.

이날 만남은 시종 부드러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임 이후 3년 만에 전경련을 방문한 것 자체가 전경련에 상당히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고맙다"는 말만 여섯 번 했다. "수고하셨다" "감사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대기업이 올 들어 고용 목표를 늘리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드럽게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부터 각종 회의나 간담회,면담과 같은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일괄적으로 명찰을 다는 관례를 개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되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얼굴을 알거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람들은 따로 명찰을 만들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KT빌딩은 24일 아침 일찍부터 손님맞이에 바빴다. 빌딩 현관에서 전용 엘리베이터에 이르는 총수들의 동선을 따라 포토라인이 쳐졌다. 포토라인을 중심으로 취재진과 각 그룹 관계자,전경련 직원 등 100여명이 30대 그룹 총수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행사 시작은 낮 12시부터였지만 대부분 일찌감치 도착해 14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오전 11시13분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그룹 총수들은 1~2분 간격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자들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누가 적합하냐"고 묻자 "그건 전경련에서 정할 문제다. 내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앞으로도 전경련에 계속 올 것이냐는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 계획과 관련,"채권단에 따라서 하면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에 "투자를 많이 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죠"라고 대답했다.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와 관련,이준용 대림산업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맡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금 (동계올림픽) 유치도 하기 힘든데 언제 (그걸) 생각하나요"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의 성과를 '산뜻한 출발'로 요약했다. 그는 "기업들이 발표한 대로 투자와 고용,수출 계획이 집행되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조재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