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홍문연(鴻門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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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 미국이 의도적으로 홀대했다며 중국 여론이 들끓었다. 국빈 방문이 아니라 공식 방문으로 격을 낮춘 데다 공개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의 왼쪽 팔소매를 잡아당기는 의전상 무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환영식 사회자는 중국 국가(國歌)를 대만 국가로 소개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후 주석은 귀국 후 리자오싱 외교부장을 경질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했다.
반면 이번 방문에선 대접이 확 달라졌다. 후 주석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영접을 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만찬 장소로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을 택했다. 180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가족이 식사를 해온 사적 공간으로 초대해 친밀감을 나타낸 것이다. 백악관 국빈 만찬도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흰색 드레스 셔츠에 턱시도 정장을 차려 입었고 미셸 오바마 여사는 붉은 색 꽃잎 무늬로 디자인된 이브닝드레스를 골랐다. 중국인들이 붉은 색을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만찬장 곳곳을 붉은색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세탁보까지 고귀함을 나타내는 꿩무늬 제품으로 까는 세심함을 보였다.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한 데 대해 중국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이지만 외교가 일각에선 백악관 만찬을 홍문연(鴻門宴)에 비유하고 있다고 한다. 홍문연은 항우와 유방이 자웅을 겨루던 시절 항우가 유방을 산시성 홍문으로 초대해 베푼 연회를 뜻한다. 겉모습만 연회지 실제론 항우의 책략가 범증이 유방을 제거하기 위해 꾸민 함정이었다. 미국의 환대는 치밀한 계산 아래 중국을 압박해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이란 얘기다.
역으로 후 주석이 부인을 대동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 나라는 멀리 보고 공통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환율 인권 안보 등 민감한 사안에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외교무대는 총칼만 없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 미 · 중이 대립과 협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와 우리를 짓누를지 모른다. 북한문제만 해도 정상회담 후 기류가 변하는 모양새다. 안보든 경제든 정신 바짝 차리고 판세를 읽어내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반면 이번 방문에선 대접이 확 달라졌다. 후 주석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영접을 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만찬 장소로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을 택했다. 180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가족이 식사를 해온 사적 공간으로 초대해 친밀감을 나타낸 것이다. 백악관 국빈 만찬도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흰색 드레스 셔츠에 턱시도 정장을 차려 입었고 미셸 오바마 여사는 붉은 색 꽃잎 무늬로 디자인된 이브닝드레스를 골랐다. 중국인들이 붉은 색을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만찬장 곳곳을 붉은색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세탁보까지 고귀함을 나타내는 꿩무늬 제품으로 까는 세심함을 보였다.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한 데 대해 중국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이지만 외교가 일각에선 백악관 만찬을 홍문연(鴻門宴)에 비유하고 있다고 한다. 홍문연은 항우와 유방이 자웅을 겨루던 시절 항우가 유방을 산시성 홍문으로 초대해 베푼 연회를 뜻한다. 겉모습만 연회지 실제론 항우의 책략가 범증이 유방을 제거하기 위해 꾸민 함정이었다. 미국의 환대는 치밀한 계산 아래 중국을 압박해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이란 얘기다.
역으로 후 주석이 부인을 대동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 나라는 멀리 보고 공통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환율 인권 안보 등 민감한 사안에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외교무대는 총칼만 없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 미 · 중이 대립과 협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와 우리를 짓누를지 모른다. 북한문제만 해도 정상회담 후 기류가 변하는 모양새다. 안보든 경제든 정신 바짝 차리고 판세를 읽어내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