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전면 무상급식이 가치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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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복지의 사치'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측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할 때 그 필요성을 소위 '낙인감'에서 찾았다. 기존에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열패감을 해소하려면 초등학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낙인감'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동사무소 주민센터를 통해 부모가 무상급식을 신청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치재' 공급 차원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취지의 글을 올렸고,이를 모 신문이 전재하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엊그제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공공재,또는 가치재에 해당된다"며 동조하기도 했다(사실 공공재와 가치재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가 많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머스그레이브가 처음 제시한 가치재의 개념은 '정부가 민간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조장,또는 강제하는 재화 및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이용을 조장,강제할 만한 재화나 서비스가 되려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그 재화나 서비스가 시장경제에만 맡겨 둬서는 필요한 양만큼 소비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그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경제적 외부효과(economic externalities)',즉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제 3자의 편익이 발생해야 한다.
이 같은 가치재의 전형적 사례로는 독감 예방주사를 들 수 있다. 내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독감에 전염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제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시장경제에 맡겨두면,즉 각자 병원에서 돈을 내고 맞도록 하면 접종률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보건소와 학교 등을 통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예방주사를 맞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가치재에 대해 이렇게 이해를 하고 나면 '가치재 공급 차원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무상급식이 가치재라 해도(실제로 빈곤층에 대한 무상급식은 가치재 성격을 지닌다) 그것을 '전면','무상으로' 공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앞서 예시한 독감 예방주사만 해도 가치재이지만 전원에게 무상으로 접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은 또 재원 조달 면에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민주당 등에서는 '4대강 사업이나 한강 르네상스 같은 토목 사업을 축소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면 무상급식은 한번 시작되면 매년 2조원 이상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경직성 경비 사업이다. 이를 충당하려면 '지속 가능한'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민주당을 위시해 진보를 자처하는 그룹들은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여전히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가 산재한 우리 실정에 '보편적 복지'는 성급한 축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면 무상급식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분배 역진적 정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임혁 한국경제매거진 <머니> 편집장 limhyuck@hankyung.com
그러자 이번에는 '가치재' 공급 차원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취지의 글을 올렸고,이를 모 신문이 전재하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엊그제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공공재,또는 가치재에 해당된다"며 동조하기도 했다(사실 공공재와 가치재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가 많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머스그레이브가 처음 제시한 가치재의 개념은 '정부가 민간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조장,또는 강제하는 재화 및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이용을 조장,강제할 만한 재화나 서비스가 되려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그 재화나 서비스가 시장경제에만 맡겨 둬서는 필요한 양만큼 소비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그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경제적 외부효과(economic externalities)',즉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제 3자의 편익이 발생해야 한다.
이 같은 가치재의 전형적 사례로는 독감 예방주사를 들 수 있다. 내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독감에 전염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제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시장경제에 맡겨두면,즉 각자 병원에서 돈을 내고 맞도록 하면 접종률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보건소와 학교 등을 통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예방주사를 맞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가치재에 대해 이렇게 이해를 하고 나면 '가치재 공급 차원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무상급식이 가치재라 해도(실제로 빈곤층에 대한 무상급식은 가치재 성격을 지닌다) 그것을 '전면','무상으로' 공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앞서 예시한 독감 예방주사만 해도 가치재이지만 전원에게 무상으로 접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은 또 재원 조달 면에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민주당 등에서는 '4대강 사업이나 한강 르네상스 같은 토목 사업을 축소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면 무상급식은 한번 시작되면 매년 2조원 이상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경직성 경비 사업이다. 이를 충당하려면 '지속 가능한'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민주당을 위시해 진보를 자처하는 그룹들은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여전히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가 산재한 우리 실정에 '보편적 복지'는 성급한 축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면 무상급식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분배 역진적 정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임혁 한국경제매거진 <머니> 편집장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