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유출 미끼 61%, 경찰 사칭 46% 가장 많아
선물 많은 설 앞두고 보이스 피싱 신고접수 증가

보이스 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경찰을 사칭해 계좌가 유출됐다고 속여 안전한 계좌로 이체시키는 사기수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체신청은 ‘2010년 보이스 피싱 피해 예방 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산·울산·경남지역 우체국에서 보이스 피싱을 막은 건수는 54건,피해 예방 금액은 14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2009년보다 피해를 막은 건수(50건)가 4건(8%) 늘어났고,피해 예방금액(8억원)은 6억여원이 증가했다.

체신청 관계자는 “예방실적이 높은 것은 지난해 부산체신청이 보이스 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노인층을 대상으로한 보이스피싱 예방 맞춤교육과 우체국과 우편차량, 집배원 등 인적 물적으로 피해 예방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보이스 피싱 사기유형은 계좌가 유출됐다고 속이는 것이 33건으로 가장 많았다.개인정보 유출이 16건, 납치가장 2건, 전화요금 미납 1건, 기타가 2건이었다.

계좌유출은 사기범이 전화를 걸어 계좌가 유출됐으니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고 속이고 대포통장으로 이체시켜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주로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불러주는 계좌로 이체다.최근에는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가입시킨 후 비밀번호를 알아내 돈을 빼가기도 한다.

납치 가장은 ‘아들이 집에 없지?’처럼 신상을 물어본 후 아들을 무사히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전화로 가짜 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당황한 부모들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전화요금이 연체됐으니 계좌를 바꾸라고 하면서 돈을 빼가기도 한다.

보이스 피싱 사기범들은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신뢰도가 높은 기관을 사칭했다.지난해 사기범들이 사칭한 기관을 살펴보면 경찰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검찰이 6건,금감원 2건,우체국이 2건이었다.이밖에 국세청,은행,카드회사,대출회사,전화국 등을 사칭한 것은 총 12건이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경찰, 검찰, 금감원 등을 잇달아 사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시 보다는 시골 노인들이 보이스 피싱을 많이 당하는 것을 볼 때 검찰이나 금감원 같은 기관보다는 친숙한 경찰을 사칭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부산체신청은 설을 앞두고 보이스 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사기범들은 선물이 많이 오가는 설을 앞두고 소포 우편물이 반송됐다고 접근한 후 상대가 (9번을 눌러)상담원을 연결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속여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사기범들이 어눌한 조선족 말투를 쓰지 않아 구별이 쉽지 않다.발신번호를 우체국콜센터(1588-1900)나 경찰서, 검찰청 등으로 조작하는 사례까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사기범들은 빼낸 개인정보를 보이스 피싱 조직에 팔아넘기거나 금융사기 수단에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체신청 관계자는 “우체국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은 크게 줄어든 반면 경찰이나 검찰 등 사법기관을 사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면서 “설을 앞두고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