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남자의 신나는 '철학자 놀이'…"한국 배우 열정 대단"
25년간 일본 최다 관객 기록,12년간 전 공연 매진,일본 공연계의 신화….뮤지컬 '콘보이쇼'의 창시자이자 연출가 이마무라 네즈미(53 · 사진).18일 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뛰어놀아라,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듯이."

지난달 7일부터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 중인 '콘보이쇼-아톰'은 이마무라의 말처럼 연극과 댄스,재즈댄스,탭댄스,합창,타악 퍼포먼스 등이 한데 어우러져 두 시간 동안 휴식도 없이 달려가는 버라이어티 뮤지컬이다.

이마무라는 스무살 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만 안고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무작정 상경했다. 조그마한 극단에서 2년 넘게 일하면서도 단역 하나 맡지 못했던 그가 아르바이트하던 선술집에서 우연히 5명의 관객을 두고 공연을 펼쳤다.

"한 번 하고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관객 한 명이 '다음 공연이 언제냐'고 묻더군요. "

그 후 지금까지 '콘보이쇼'라는 제목으로 28편의 레퍼토리를 썼다. 지금 공연 중인 '콘보이쇼-아톰'은 초기에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등 철학자의 이름을 딴 젊은이 6명이 '시인의 밤' 모임을 열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이 모임에 친구가 되고 싶다며 찾아온 또 한 명의 사르트르가 등장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7명 모두 주연이 되기도 하고 앙상블이 되기도 하며 춤과 노래,현란한 대사를 뽐낸다.

"이 작품의 주제는 '내가 있어 당신이,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겁니다. 당신과 내가 하나의 존재이고 나눌 수 없는 '원자'라는 의미에서 '아톰'이라는 부제를 달았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다윈의 진화론,사르트르의 실존주의 등 철학 이야기가 극의 초반 주를 이루지만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산다는 게 철학하는 것 아니겠어요. 배우들에게 철학자처럼 연기하라고 하진 않아요. 어린이들이 순수한 관계로 놀이터에서 놀 듯 '철학자 놀이'를 하라고 주문하죠."

그가 한국 배우들과 '콘보이쇼'를 함께하게 된 것은 2006년부터다. 한국 공연 후 몇달 간 한국 배우들과 함께 일본 투어도 성공리에 마쳤다. 정해진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무대라는 틀도 벗은 채 두 시간을 내달리는 '백화점식 공연'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때 함께 했던 배우들 중 5명이 이번 공연에도 합류했다.

'콘보이쇼-아톰'의 절정은 극 후반부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춤이다. 7명 모두 각자의 시를 낭송하며 끼를 발휘한다. 이때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익숙한 한국 가요와 이승민의 '목련의 꿈',박영실의 '춤을 추고 싶다',화천의 '콩나물의 항변' 등 한국 시가 등장한다. 일본 창작 뮤지컬이지만 한국의 시,노래와 발레,현대무용,현란한 탭댄스,타악 퍼포먼스를 녹여내며 철저히 한국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와 배우 오디션을 하고,4개월의 연습기간도 함께했다.

일본에서 배우로도 활동하는 그는 배우와 연출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에게 좋아하는 시나 노래를 적어오게 하고 극과 배우가 어울리도록 반영한다. "배우가 작품에 다가가는 게 아니라 작품이 배우에게로 다가가는 게 '콘보이 정신'입니다. 내가 쓴 작품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연기해주는 배우들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죠."

앞으로 그의 꿈은 '콘보이쇼'의 한국 초연 작품을 만드는 것 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