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히어로물 '그린 호넷'은 '슈퍼맨'처럼 선함이 빛나는 히어로도, '베트맨'처럼 고뇌를 걸머지며 악(惡)과 싸워나가는 영웅도 아니다.

몸은 컸지만 정신은 미성숙한 유아적인 히어로다.

미디어 재벌의 아들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매일 파티만 즐기는 한량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되고, 브릿은 얼떨결에 그룹을 이어받지만 한량이 갑작스레 유능한 경영인으로 변모할 리는 만무.
멍한 상태로 며칠을 보내던 브릿은 자신의 커피를 타 주던 케이토(저우제룬.周杰倫)가 실은 무예의 달인이고 첨단 장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는 천재적인 기술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도움을 받아 '히어로'가 되고자 결심한다.

브릿은 케이토와 함께 악당들을 흠씬 두들겨주고 자신이 소유한 신문을 이용,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그린 호넷'이라는 영웅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영화의 호흡은 상당히 빠르다.

브릿과 케이토의 갈등이 불거지는 중간 부분이 다소 처지지만 첫 부분과 클라이맥스가 있는 후반부의 진행속도는 상당히 빨라 118분의 상영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다.

악의 섬멸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주목받기 위해 히어로가 되려는 브릿 역을 소화한 세스 로건의 코미디가 웃기지만 정작 눈길을 끄는 건 무술이면 무술, 발명이면 발명, 못 하는 게 없는 케이토 역의 저우제룬이다.

영화의 절반을 냉소적인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따뜻한 미소가 여성관객들에게 어필할 만 하다.

무술과 액션장면은 실감 난다.

특히 리샤오룽(李小龍.이소룡)을 모방한 케이토의 액션은 매우 호쾌하다.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LA도심을 질주하는 후반부 추격장면도 눈길을 끌만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력은 사라지고 멍청해지는 악당(크리스토프 왈츠)의 캐릭터와 영화 중반의 처짐은 다소 아쉽다.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은 영화에 전반적으로 풍부한 상징까지 곁들이진 못했지만 풍성한 볼거리는 안겼다.

순제작비 9천만달러 영화로, 미국에서는 지난 1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린 호넷'은 1930년대 라디오 시리즈물로 첫 전파를 탄 이래 1960년대 만화와 TV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끈 시리즈로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화됐다.

1월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