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약 매출 증가로 외자사 성장세

지난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의ㆍ약사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된 이후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교차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쌍벌죄 도입 이후 대다수 상위권 제약사들은 외형적으로 연구개발비 투자비중을 늘리고 자체 신약개발에 매진하면서 외국 제약사와 신약개발 제휴를 활성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약회사의 지원으로 치러지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던 의사단체의 학술세미나 등이 취소되고, 의료진들이 제약사 영업사원과의 만남을 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제약협회가 의사들에 대한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기준으로 항공은 이코노미석, KTX는 일반석, 버스는 우등에 준하는 운임과 함께 최소한의 숙박비와 식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의료진과 제약사 간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말 미국에서 열린 해외학회에는 한국인 참가 의사가 평년의 절반인 5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의사가 제약회사의 초청을 받아 학회에 참석할 경우 리베이트에 해당돼 양쪽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많은 의사가 학회 참가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학회에서는 참가를 포기한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팀이 발표한 포스터 논문이 학회에서 우수 논문 발표자에게 주는 `트래블러 어워드(Traveler's Award)'에 선정돼 500달러의 상금과 상패를 받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정작 수상자가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 비해 `을'의 위치인 제약회사가 겪는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A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쌍벌제 시행 이후 회사에서 의사와 식사약속을 통제하면서 식사시간을 이용한 제품 소개가 어려워졌다"면서 "식사를 한다고 해도 영수증 외에 자리에 참석한 의료인의 사진까지 요구하기도 해 교수들이 자신이 범죄자라도 되느냐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제품설명회 이외에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개원가 의사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고가약 위주의 처방을 내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위주의 처방이 늘면서 다국적제약사의 성장과 함께 약제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여파로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제약회사의 2010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대 두자릿수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명절을 앞두고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의사들에게 지급됐던 경조사비와 명절선물, 강연료, 자문료, 소액물품 등도 모두 리베이트로 간주되는 탓이다.

대학병원의 한 교수(A학회 홍보이사)는 "지난해 쌍벌죄 논의가 있은 후 영업사원들 만나기가 두렵다"면서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일부 과도한 리베이트를 없애는 데는 공감하지만, 공익적 성격의 학회 지원 프로그램까지 리베이트로 여겨지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