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질이 '한국형 엘 시스테마' 성과 좌우"
"엄격한 클래식 음악 교육으로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키워주고 사회에 활력을 주는 것이 엘 시스테마의 정신입니다. 클래식 음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죠."

엘 시스테마 USA 창립자인 마크 처칠 미국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예비학교 평생교육원장(60 · 사진)은 18일 린덴바움뮤직이 서울 KT빌딩에서 마련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과제와 미래에 관한 세미나'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찌든 빈민가 아이들을 음악으로 교화시키는 베네수엘라의 오케스트라 교육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베를린 필하모닉에 최연소로 입단한 더블 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등이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 프로그램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판 엘 시스테마를 이끌고 있는 처칠 원장은 이전에도 국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아시아 유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클래식 교육에 앞장섰다. 1999년 엘 시스테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베네수엘라를 25회 이상 방문하며 엘 시스테마 창시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와 함께 미국형 모델을 만들었다.

그는 "엘 시스테마는 종전의 음악 교육과 달리 사회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미래의 비전까지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엘 시스테마 USA는 미국 24개주 38개 센터에서 '방과후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주 5일,하루에 5~6시간으로 진행된다. 주로 문화소외계층이 많은 동네에 강의실을 마련해 아이들이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에는 4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가족들도 아이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요. 서로 소원했던 동네 이웃끼리도 사이가 좋아졌죠.몇몇 아이들은 음악적 소질을 키워 전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도 하고 이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학력자로 거듭났습니다. 엘 시스테마 30여년 전통의 베네수엘라에서는 전문의의 80%가 엘 시스테마 출신입니다. "

미국판 엘 시스테마가 '원판'과 다른 점도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한인을 포함해 히스패닉계,흑인,인디언 등이 모여 미국 사회를 진정한 '멜팅 팟(melting pot · 용광로)'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는 얘기했다.

"엘 시스테마 USA를 준비할 때 아브레우 박사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보다는 영감을 주려고 했어요. 나라마다 제도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최근 한국에서도 정부 주도로 엘 시스테마 사업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조언보다는 '작게 시작할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추가로 강조할 점은 교사의 질이 엘 시스테마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이죠.미국에서는 '아브레우 펠로' 등 다양한 엘 시스테마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