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마오쩌둥과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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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동쪽 국가박물관 북문 앞.높이 9.5m의 거대한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긴 수염에 후덕한 얼굴을 한 청동 공자(孔子)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앞 큰 길인 창안제 건너편의 자금성 벽에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마오쩌둥에 의해 공산주의를 타락시킨 반동분자로 찍혀 참시를 당했던 공자를 중국 공산당은 이렇게 보란 듯이 부활시킨 뒤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마오쩌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였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공자 사상을 봉건주의 산물로 규정,수많은 사당을 불사르고 그의 동상을 부숴버렸다. 공자는 마오쩌둥의 정적인 린뱌오(林彪)가 지주 및 자산계급의 복원을 기획하도록 하는 불온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반동분자로 추락,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의 타깃이 됐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집권한 뒤 공자에 대한 탄압은 중단됐다. 2004년에 설립된 공자학원은 작년 말 현재 84개국 300여곳에서 공자사상과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문화 전파의 중심축이 됐다. 작년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공자'가 중국 전역의 스크린에 걸렸다. 공자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공자의 화려한 부활을 꼼꼼히 뜯어보면 중국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충효와 중용을 덕으로 삼는 공자의 사상은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내부모순을 다독여 안정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가부장적 질서를 강조하는 공자사상은 불변적인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안정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따라서 혁명이나 반발 투쟁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있고,이는 사회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집권유지라는 중국 공산당의 목표에 부합된다는 평가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주력해 온 민족주의 고취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정부는 56개 민족이 모두 염황(炎黃 · 중국인들이 시조로 내세우는 염제와 황제)의 후손으로 공자사상에 따라 교육을 받아 끊을 수 없는 정신적 유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공자는 어쩌면 중국식 시장경제의 모순과 민족주의에 기초한 분열을 막기 위한 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공자의 부활을 바라보면서 중국 공산당의 변화무쌍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파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공자의 부활쯤이야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손오공과 같은 변신술이 지향하는 바가 중국의 이익 확보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지지는 말할 것도 없다. 노벨평화상의 가치를 부정하고 수단 등 독재국가를 지원하고 자원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 독단과 독선도 목격하게 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중국 언론은 석우지려(釋憂之旅 · 걱정을 더는 여행)라 표현했다. 그러나 진정 걱정을 덜려면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초강대국답게 인류공통의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동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공자를 부활시킨 의도가 중국 공산당의 패권전략이라는 의심을 사는 한 중국을 둘러싼 걱정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마오쩌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였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공자 사상을 봉건주의 산물로 규정,수많은 사당을 불사르고 그의 동상을 부숴버렸다. 공자는 마오쩌둥의 정적인 린뱌오(林彪)가 지주 및 자산계급의 복원을 기획하도록 하는 불온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반동분자로 추락,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의 타깃이 됐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집권한 뒤 공자에 대한 탄압은 중단됐다. 2004년에 설립된 공자학원은 작년 말 현재 84개국 300여곳에서 공자사상과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문화 전파의 중심축이 됐다. 작년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공자'가 중국 전역의 스크린에 걸렸다. 공자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공자의 화려한 부활을 꼼꼼히 뜯어보면 중국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충효와 중용을 덕으로 삼는 공자의 사상은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내부모순을 다독여 안정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가부장적 질서를 강조하는 공자사상은 불변적인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안정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따라서 혁명이나 반발 투쟁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있고,이는 사회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집권유지라는 중국 공산당의 목표에 부합된다는 평가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주력해 온 민족주의 고취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정부는 56개 민족이 모두 염황(炎黃 · 중국인들이 시조로 내세우는 염제와 황제)의 후손으로 공자사상에 따라 교육을 받아 끊을 수 없는 정신적 유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공자는 어쩌면 중국식 시장경제의 모순과 민족주의에 기초한 분열을 막기 위한 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공자의 부활을 바라보면서 중국 공산당의 변화무쌍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파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공자의 부활쯤이야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손오공과 같은 변신술이 지향하는 바가 중국의 이익 확보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지지는 말할 것도 없다. 노벨평화상의 가치를 부정하고 수단 등 독재국가를 지원하고 자원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 독단과 독선도 목격하게 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중국 언론은 석우지려(釋憂之旅 · 걱정을 더는 여행)라 표현했다. 그러나 진정 걱정을 덜려면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초강대국답게 인류공통의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동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공자를 부활시킨 의도가 중국 공산당의 패권전략이라는 의심을 사는 한 중국을 둘러싼 걱정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