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입사원에게 돈 줄테니 나가라고? … "그게 다 전략이었어"
'이언 에어즈의 살찔 권리를 판매합니다. 이를 구입하면 0달러 또는 2만6000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이 경매의 낙찰자는 이언 에어즈가 스틱K닷컴과 52주간 맺은 체중유지 계약에 따른 몰수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저는 52주에 걸쳐 매주 500달러를 걸 것입니다. '

경제학자이자 변호사인 이언 에어즈 예일대 법대 · 경영대 교수는 지난해 9월 이베이닷컴에 이런 경매물을 내놓았다. 82㎏가량인 체중을 52주 내내 84㎏ 미만으로 유지하면 경매낙찰자는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체중이 84㎏을 넘으면 그 주에 500달러를 벌 수 있다.

이 이상한 경매물에 23명이 45차례에 걸쳐 입찰가를 제시했고,예상보다 높은 282.85달러에 낙찰됐다. 결과는 체중유지 성공으로 나타났다. 에어즈 교수는 이처럼 '약속실천 계약' 또는 '자기결박 계약'을 활용하면 체중을 줄이거나 금연,컴퓨터 중독증 억제 등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마을] 신입사원에게 돈 줄테니 나가라고? … "그게 다 전략이었어"
《당근과 채찍》은 에어즈 교수가 많은 행동경제학자 및 심리학자들과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당근(보상)과 채찍(처벌)에 관한 통념을 뒤집고,사람과 조직을 원하는 목표대로 끌고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사람의 불완전한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개인과 조직을 움직이는 진짜 당근과 채찍은 잘했을 때 주는 당근과 못 했을 때 내리는 채찍이라는 단순 구도를 벗어나 손실회피,참여제한,또래압력 등 인간의 독특한 본성에 맞게 치밀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가령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업체이자 고객감동 서비스로 잘 알려진 자포스는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직원들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지금 자진퇴사할 경우 2000달러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그러나 신입사원의 98%는 회사에 남기를 선택한다. 스스로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더 큰 기대와 비전을 갖게 돼 동기부여와 성과창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자포스의 전략은 매몰비용의 덫에 빠지는 인간심리를 이용한 당근책이다. 2000달러를 거절하고 남은 직장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거의 모든 직원이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엄청난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잘 한 일에 대해 보상을 줘야 당근 효과가 나타난다는 상식은 여기서 깨진다.

1981년 리처드 탈러가 행동주의 혁명을 일으킨 사과선택 실험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오늘 사과 1개를 받을래,내일 사과 2개를 받을래?'라는 물음에 대부분 오늘 당장 1개의 사과를 선택한다. 그러나 '1년 뒤 사과 1개를 받을래,1년 뒤 바로 다음 날 사과 2개를 받을래?" 하면 오늘 1개의 사과를 선택한 사람이 1년 뒤에는 그 다음 날 2개를 받겠다고 대답한다. 보상 시기가 가까울수록 작더라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택하는 '과도한 가치폄하'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인간의 여러 성향과 본성을 파악해 그에 맞게 설계하면 금연,다이어트 등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부터 동기부여,성과창출,공공정책 수립 등 조직과 공공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흡연할 경우 예금을 잃게 만드는 금연예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싶다면 캠페인 광고는 그만두고 당장 요금청구서를 바꾸라고 조언한다.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대 교수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의 15만가구를 대상으로 요금청구서에 같은 평형대에 사는 이웃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넣었다. 그러자 자신들의 낭비를 알게 된 상위 10%의 과다 사용자들의 사용량이 급감했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는 또래압력을 이용한 결과다.

저자는 이 밖에도 손안에 든 것을 놓치기 싫어하는 손실회피 경향을 이용한 프레이밍 기법,성공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성취감을 자극하는 전략,싫어하는 안티 단체에 기부하기,자기협박 등 다양한 설계법을 알려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