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코 지역은 '멕시코시티의 청담동'입니다. 대형 쇼핑몰 안타라 폴란코는 쇼핑객으로 북적대고 있고,바로 옆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 카를로스 슬림의 카르소그룹이 또 다른 대형 쇼핑몰 카르소플라자를 연내 완공 목표로 공사 중입니다. 폴란코 상권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

멕시코에서 중장비 수입업을 하는 교포 오준승씨는 멕시코 경기를 알 수 있는 곳이 폴란코라고 소개했다. 멕시코시티 서부에 있는 폴란코는 곳곳에 명품숍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확산의 충격파로 2009년 중남미 최저의 경제성장률(-6.5%)을 기록했던 아픔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멕시코시티 북서부 신흥 상업타운인 산타페에도 활력이 넘친다. 고층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의 현지법인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부호들의 대저택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융위기 · 신종플루 이겨낸 멕시코 경제

세계 7위 산유국이자 인구대국(1억1200만명)인 멕시코가 미국의 경기회복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수출이 호황을 보이는 데다 내수시장도 살아나는 추세다. 지난해 4~5% 성장(멕시코 중앙은행 추정치)한 데 이어 앞으로 5년간 연 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를로스 프리츠 바스케스 멕시코증권중개협회 자본시장위원장은 "대(對)미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인구의 60%가 중산층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내수기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는 미국 의존도가 높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3300㎞에 이르는 미국과의 접경지역이 미국 기업의 생산 · 판매 기지가 됐다. 미국과의 수출입이 전체 교역의 70%를 차지한다. 작년 1~11월 자동차 생산이 20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3% 급증한 것도 미국 덕이었다. 점유율 1,2위인 닛산 GM을 비롯해 폭스바겐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이 멕시코 생산공장에서 차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전체 자동차 수출의 68.9%에 이른다.

◆엔지니어링 · 통신 · 미디어 큰 시장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도 거대 시장이 형성돼 있다. 멕시코 중심가 레포르마 거리엔 새로 짓는 호텔과 오피스빌딩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정유소 건설과 가솔린 · 디젤 탈황시설 등 연간 10억~20억달러의 프로젝트를 발주한다.

이규남 KOTRA 중미 총괄 겸 멕시코시티센터장은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에 끝남에 따라 올해 멕시코 주지사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표심을 얻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프로젝트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과 미디어도 큰 산업이다. PC 보급률이 10세대당 3.5대다.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 수가 늘면서 온라인 상거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텔멕스와 텔셀이 통신시장을 과점(유선시장의 90%,무선시장 70%)하고 있다는 점이 해결과제다.

미디어그룹인 텔레비자는 멕시코 지상파 방송의 70%를 장악한 데 이어 미국 방송사 유니비전을 인수했다. 안토니오 알론소 텔레비자 기획담당 이사는 "탤런트 양성과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방송플랫폼에 이르기까지 100% 수직 계열화돼 있다는 게 텔레비자의 장점"이라며 "세계 드라마 시장의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삼성물산 등도 진출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은 한전과 함께 열병합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삼성은 한국가스공사,일본 미쓰이와도 손잡고 멕시코만 유전이 있는 만사니요 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공사를 따냈다.

포스코는 2007년 3월 푸에블라시에 연산 17만t 규모 자동차강판 복합가공서비스센터를 구축했다. 2009년 7월 알타미라시에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연산 40만t의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완공,24시간 가동 중이다. 이숭주 포스코 멕시코법인 영업본부장은 "올해엔 모든 공장을 풀가동해 멕시코 진출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 25%(양사 합산)를 기록 중이다. 에어컨 시장은 두 회사가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재환 삼성전자 멕시코법인 이사는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됐을 때 많은 기업이 철수했는데 삼성은 그대로 남아 시장을 지켜 멕시코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독과점,치안불안,낮은 노동생산성은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안영주 KOTRA 멕시코시티센터 차장은 "실물경제의 20~30%를 차지하는 마약조직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모든 거래를 수표로 하도록 만들어 놓은 데 반발해 납치와 총기사건이 간혹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멕시코시티(멕시코)=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E10(이머징파워10개국)특별취재팀=최명수 증권부 차장(팀장), 백광엽 차장, 서정환 김동윤 조진형 노경목 기자(이상 증권부), 김태완 국제부 차장, 박동휘 안정락 기자(이상 산업부), 이상은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