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온 프랑스였다. 이번 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

양국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적지 않은 인식 차이와 신경전을 노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러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세계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불균형이 여전히 너무 많다"고만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에 번영을 가져다줄 개혁을 위해 생산적인 아젠다를 어떻게 조율할지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미 달러화가 세계 '넘버 원' 통화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통화,원자재 가격 문제를 주요 20개국(G20)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회견 내용을 두고 주요 언론들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로이터는 사르코지가 달러 지위와 관련한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분석했다. 달러 기축통화 대체에 대한 기존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올해 G20 의장국인 프랑스는 달러 기축통화 대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올리겠다고 큰소리쳐왔다. 이를 위해 중국 브라질 등을 지지세력으로 규합해왔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르코지가 오바마에게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전 세계가 달러화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금융위기가 더욱 깊어졌다고 주장해왔다. 저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선진국가들로부터 투자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가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WSJ는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이슈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사르코지가 국제통화시스템 개혁 문제에 무리하게 앞장섰다가 유럽 위기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흐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프랑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올해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에 초점을 맞춘 제안들을 밀어붙일 것"이라면서 "현재의 불균형을 감소시킬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