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레스토랑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엔 폐점과 긴축에 나서야 했다. 이랜드월드의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도 불황을 피해가진 못했다. 물가는 오르는 데 뷔페가격을 점심 9900원,저녁 1만29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유지하다보니 영업이익은 '제로' 수준이었다. 직원들은 한결 같이 가격을 인상하자고 했지만,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2분의 1 가격,2배의 가치'를 강조하며 가격을 동결했다. 매장은 2008년 9개,2009년 13개를 새로 냈다. 2003년 1호점을 연 지 8년째 같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애슐리는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불황기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서 토종 애슐리가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에만 34개 매장을 열어 93개점(97개 중 4개 폐점)을 운영하고 있으며,지난해 매출은 한 해 전보다 82.3% 급증한 151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말 100호점을 돌파하고,오는 4월엔 업계 1위인 아웃백(103개)을 추월할 예정이다. 홍길용 외식사업부문장은 "올해 150호점까지 확대하고 2500억원의 매출을 낼 계획"이라며 "연 2500억~3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아웃백 및 빕스와 함께 패밀리레스토랑 '빅 3'에 올라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메뉴당 2만원이 넘는 다른 패밀리레스토랑과는 달리 애슐리에선 점심 9900원,저녁 1만2900원이면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애슐리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샐러드바의 메뉴를 3개월마다 30%씩 교체한다. 홍 부문장은 "이번 겨울철 컨셉트는 멕시칸"이라며 "다른 레스토랑에선 고객들의 재방문 주기가 80~90일인 데 비해 애슐리는 58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패밀리레스토랑이 가두점과 젊은층에 중점을 둔 것과도 차별화했다. 애슐리는 '유통매장'과 '주부'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대형마트에 장 보러 온 주부들을 공략해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메인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메뉴를 강화했고,인테리어는 밝은 톤과 오픈 키친으로 꾸몄다. 유통매장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쉬운 데다 부대시설 비용이나 임대료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작년부터는 고급형 점포인 '애슐리W'와 가두점으로 젊은층도 공략하고 있다. 전체 매장 가운데 가두점은 23곳이다. 가두점 매출 비중은 2009년 14%에서 작년엔 32%로 높아졌다. 올해는 신규 점포 50개 중 절반가량을 가두점으로 열 계획이다. 애슐리W는 기존 애슐리(메뉴 50개)에 화덕피자,구이 메뉴,음료 등을 추가해 메뉴를 80개로 늘렸고,저녁에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대신 가격은 점심 1만2900원,저녁 2만2900원이다. 홍 부문장은 "지금은 25곳의 W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일부 상권에선 와인을 빼고 저녁을 1만8900원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