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날에는 이동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따뜻한 서비스가 돋보이는 A식당에 예약한다. 이곳에 자주 가게 되는 이유는 특별히 음식 맛이 뛰어나기보다는 직원의 태도와 마음 씀씀이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눈빛이나 행동에서 대접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식사 후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곳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여러 번 들었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 먹는다'는 속담에 비추어 보면 함께 식사했던 사람들이 다른 지인들을 모시고 그 식당에 다시 오는 것을 보면 빈 말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로서 생활하다보면 감동을 주거나 다시 가고 싶은 기억을 남기는 식당이나 회사는 드물다. 도리어 누가 주인인지,누가 고객인지 기본이 안 돼 있는 황당한 경우도 많이 겪는다. '고객이 왕'인데 왕은커녕 봉으로 여긴다. 그래서 대접받은 느낌이 드는 곳은 오래 기억에 남고 일부러 찾아가게 된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발 분실 시 책임지지 않음'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성 문구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업소도 적지 않다. 이런 문구가 화려한 식당 시설을 남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주인은 잘 알지 못하는 듯싶다. 이런 경고성 문구를 게시하더라도 책임을 완전히 면하지 못하는 데 말이다. 실속도 챙기지 못한 채 인심만 잃을 뿐이란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 수만큼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식당에서 밀려나온 소비자들도 있다.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고 알려주어도 유별난 소비자인 양 흘겨보며 심지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면 귀찮은 듯 인상부터 찡그리는 식당도 있다. 고객을 무시한 채 이윤부터 추구하는 경직된 영업 방침은 고객의 행복 체감 온도를 더 싸늘하게 만든다. 이러다 보면 고객의 감정과 위생은 뒷전이고 사업자의 편의와 비용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사장과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고객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은 고객의 행복에 주파수를 맞춘다. 미국 슈퍼마켓 업계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리는 '스튜 레오나드'의 기업 정책은 단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제1조 고객은 언제나 옳다. 제2조 고객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면 제1조를 다시 읽는다'는 것이다.

행복을 배달하는 기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온라인 신발 · 의류 판매 회사 '자포스'는 고객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제공한다. 주문한 신발이 품절되면 상담원이 재고가 있는 경쟁 업체의 연락처를 안내한다. 늦은 밤 피자 가게 연락처를 묻는 사람들에게 상담원은 근처에 영업 중인 피자 가게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객 감동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이익을 우선할 때 발휘된다. 고객의 행복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신입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날이다. 그들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한 장소는 물론 A식당이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 원장 ys_kim@kca.go.kr >